원전 14기 지척에…울산시민 목소리는 반영안돼

▲ 지난 23일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전국 14개 권역에서 원격화상회의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정책 의견수렴 시민참여단’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려 했으나 울산 시민단체가 회의장 안으로 진입해 시위를 하며 결국 울산 오리엔테이션은 파행을 맞았다.

울산시청서 반경 30㎞ 이내

국내 원전의 절반이상 위치
북구, 월성원전 고작 7~8㎞
실행기구는 경주민에 한정
시민참여단은 인구 비율로
전체 549명 중 9명에 그쳐
“엉터리 공론화 중단” 반발

정부의 경주 월성원전 내 맥스터 건립을 두고 울산지역 지자체, 시민·환경단체, 주민들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 경주와 충돌하고 있다. 월성원전과의 거리 등을 고려했을 때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인 맥스터 추가 건립 여부에 울산의 의견이 적극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맥스터 건립에 따른 갈등과 울산의견 반영의 당위성 등을 짚어본다.

◇공론화 참여 요구하는 목소리 거센 울산

지난 23일 재검토위의 ‘사용후핵연료 정책 의견수렴 시민참여단’ 울산 오리엔테이션 회의장 안으로 시민단체 회원 10여명이 진입해 공론화 중단과 재검토위 정정화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날 오리엔테이션은 전국 14개 지역에서 원격화상회의를 통해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울산은 결국 파행을 맞았다.

앞서 재검토위는 전국 공론화에 참가할 시민참여단 549명을 선정했고 울산에서는 9명이 선정됐다.

하지만 시민참여단 구성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시민참여단을 인구비율로 구성하다보니 원전과 거리가 가까운 울산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거리가 훨씬 먼 서울 시민참여단의 수가 울산의 10배가 넘기 때문이다.

월성원전 맥스터 찬반 울산북구 주민투표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지역실행기구는 아예 경주시민들로만 구성되더니 시민참여단은 인구비율로 따져 울산시민 비율이 겨우 1.8%(9명) 밖에 안 된다. 울산시청을 기준으로 반경 30㎞ 이내에 전국 24기의 원전 중 절반 이상인 14기가 있다. 당연히 울산시민들의 의견도 맥스터 추가 건설 여부에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주민 의견 수렴을 맡는 지역실행기구의 구성을 놓고도 울산지역 주민의 참여를 요구했지만 결국 지역실행기구는 월성원전 소재지인 경주 주민들로만 구성됐다.

이에 울산의 반발이 크다. 월성원전과 울산 북구의 거리는 고작 7~8㎞ 밖에 불과한 반면 월성원전에서 경주 시청까지 거리는 20㎞ 정도로 자칫 원전사고가 발생 시 울산이 받을 피해가 더 큰데 울산의견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는 정서가 많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월성원전 사고 발생 시 피해 예측 시뮬레이션 결과 울산이 집단피폭선량 뿐만 아니라 피폭으로 인한 암사망자 발생수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울산은 월성원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이 맞다”고 말했다.
 

 

◇영구? 임시? 맥스터 안전성 놓고 공방

월성원전은 가압중수로 총 4기와 가압경수로 2기(신 1·2호기)로 운영되고 있다. 월성원전 1호기는 지난해 12월 영구정지가 확정됐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건 월성 2~4호기 등이다. 원전을 가동하면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는데 이런 사용후핵연료를 발전소 내 수조에서 냉각한 후에 임시저장한다.

현재 월성원전에는 임시저장시설로 원통형 보관소인 캐니스터 300기와 사각 형태의 맥스터 7기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월성원전 임시저장시설의 포화율은 97.6%로, 캐니스터는 이미 가득 찬 상태다.

재검토위는 맥스터가 오는 2022년 3월에는 포화상태에 도달할 것이라고 재산정 결과를 지난 21일 발표했다. 임시보관시설이 포화되면 더이상 폐연료봉을 처리할 수 없어 결국 월성 2~4호기의 가동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

다만 맥스터 7기가 추가로 건설되면 월성원전 2~4호기는 2027년까지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민·환경단체들은 전력 생산량 대비 고준위핵폐기물 발생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주장이다.

탈핵울산공동행동 관계자는 “월성원전에서 국내 전체 고준위핵폐기물의 50%가 발생하고 있다. 거기다 영구처분시설에 대한 명확한 계획도 없이 임시저장시설만 짓는 건 곧 임시가 영구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게 고준위핵폐기물을 쌓아둔 시설에서 사고가 나면 울산까지 큰 피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원자력노동조합연대 등은 증설되는 맥스터가 영구처분시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원자력노동조합연대 관계자는 “맥스터를 증설한 후 영구처분시설로 전환하는 건 법적으로 불가능하고, 관련법상 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은 경주에 건설할 수 없다”면서 “거기다 맥스터는 지난 29년 동안 한 번도 사고가 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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