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논설위원

요즘 길가 풀섭을 보면 토끼풀이 지천이다. 옛날 같으면 토끼풀 꽃으로 반지도 만들고 시계도 만들었겠지만 요즘에는 꽃반지 자체를 모르는 젊은이들이 대다수다. 도심 속에서 토끼풀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설사 토끼풀을 찾았다하더라도 그 꽃의 용도를 아는 이는 드물다.

생각 난다 그 오솔길/ 그대가 만들어준 꽃반지끼고/ 다정히 손잡고 거닐던 오솔길이/ 이제는 가버린 아름다운 추억//……그대가 만들어준 이꽃반지/ 외로운 밤이면 품에 안고서/ 그대를 그리네 옛일이 생각나/ 그대는 머나먼 밤하늘에 저별/ 저별

‘꽃반지 끼고’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1970년대 최고의 인기 가수였던 은희의 대표곡이다. 지금도 50~60대들은 은희의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추억을 되새긴다. 은희의 대표곡 중에는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당신이 내 곁을 떠나간 뒤에,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오’라고 시작되는 ‘사랑해’라는 노래도 있다. 이 외에도 은희는 ‘등대지기’ ‘연가(戀歌)’ 같은 주옥같은 명곡을 남겼다.

토끼풀은 토끼가 좋아해서 그 이름이 붙여졌지만 진짜 이름은 클로버(clover)다. 토끼풀은 1907년께 사료로 이용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에 들여왔다. 다시 말하면 그 이전에는 한국에 없었던 귀화식물인 셈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클로버와 관련된 이런 이야기가 전해온다. 꿀벌들이 제우스신에게 독이 있는 꽃들이 너무 많아 좋은 꿀이 있는 꽃을 찾기 힘드니 쉽게 찾을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을 했다. 이에 제우스는 커다란 붓으로 흰 물감을 묻혀 표시해 주었는데 그 꽃이 바로 클로버라 한다.

나폴레옹과 관련된 이야기도 있다. 나폴레옹이 전쟁 중에 풀밭에서 네잎 클로버를 발견하고 그것을 따려고 허리를 굽힌 순간 총알이 머리 위로 지나갔다. 그 이후 사람들은 나폴레옹의 목숨을 건져 준 네잎 클로버를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게 됐다고 한다.

필자는 어릴 적 클로버 꽃을 꺾어 꽃반지나 시계를 즐겨 만들었다. 토끼풀 꽃 아래의 줄기를 손톱으로 갈라주고 그 구멍에 다른 쪽의 줄기를 넣어주면 꽃반지 또는 시계꽃이 만들어진다. 그렇지만 꽃반지든 시계꽃이든 혼자 찰 수가 없다. 누군가 옆에서 줄기를 묶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난다. 그 오솔길, 그대가 만들어준 꽃반지 끼고 다정히 손 잡고 거닐던 오솔길이……이~제~는 가버린 아름다운 추억.”

잊고 있었던 기억을 되살리면서 오랜만에 꽃반지나 만들어볼까나.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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