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가 25일 대구에서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인권운동에 앞장서 온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 투명성 문제를 제기했던 이 할머니는 이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과 정의연의 과거와 현재의 문제점은 물론이고 미래의 방향 설정까지 꼼꼼하게 제시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다른 사람이 챙겼다’는 자극적인 표현까지 서슴없이 나타냈다. 정대협과 정의연의 정체성과 활동 방향에 대한 문제의식이 오랜기간 깊이 자리해온 가운데 회계의 불투명성으로 인한 불신까지 더해진 결과다.

이 할머니는 이날 일제강점기 위안부로 끌려갔을 때부터 정의연과 그 전신인 정대협과 함께한 30년 세월을 되짚으며 기자회견이 아니라 한(恨)을 토하듯 풀어냈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신고를 한 1992년 정대협의 모금사실을 알고 부끄러웠다거나, 운동경기장에서 모금을 하는 것을 보고 왜 모금하는지 몰랐다는 등의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정대협이나 정의연의 활동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같은 주장은 2004년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미자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 33명이 ‘위안부 두 번 울린 정대협, 문 닫아라’라는 제목의 비판 성명을 할머니들이 직접 꾸린 위안부 할머니 모임 ‘세계평화무궁화회’ 명의로 발표했던 것이다. 이 성명에서는 “(정대협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는 큰 버팀목 역을 제공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는 모두가 허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16년 전에 우리 사회가 이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였더라면 이 할머니의 한을 훨씬 줄여줄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움이 크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진실을 찾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윤미향 당선인 개인 비리에 대해서도 이 할머니의 주장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윤 당선인 개인비리는 이 할머니의 말대로 검찰의 몫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뒷짐을 지고 있을 일은 아니다.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이 할머니는 물론이고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대책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

이 할머니는 이날 천년만년이 걸리더라도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야 한다고 했다. ‘데모’(위안부 인권운동)를 끝내는 게 아니라 방식을 바꾸자고도 했다. 공허한 사죄와 배상 요구가 아니라 미래의 주인공인 한·일 양국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하자는 제안도 했다.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다. 위안부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정책, 사회적 인식과 교육,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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