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위와 경륜 갖춘 전직 국회의원들
정치적 스펙트럼 넓히고 포용력 더해
울산의 원로로서 든든한 버팀목 돼야

▲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20대 국회가 29일로 막을 내린다. 울산지역에선 4명의 의원이 물러난다. 경륜이 만만찮다. 국회의원 5선에 국회부의장을 지낸 정갑윤 의원, 국회의원 4선에 건설부 차관을 지낸 강길부 의원은 스스로 출마를 포기했다. 당내 경선에서 낙마한 박맹우 의원은 국회의원 재선에 광역시장 3선이다. 본선에서 떨어진 김종훈 의원은 구청장과 국회의원을 각각 한차례씩 지냈다. 4명의 경력을 더하면 국회의원 12선이고 자치단체장 4선이다.

당선인도 아닌, 물러난 그들에게 새삼 관심을 갖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들이 앞으로도 울산에서 살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지역 국회의원들이 있었지만 의원직에서 물러난 이후 울산에서 계속 거주한 사람들은 많지 않다.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지역구인 울산을 오갔지만, 임기가 끝나면 서울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들 4명은 고향 울산으로 되돌아온다. 50대의 김종훈 의원을 제외하더라도 70대인 3명의 의원이 지역의 원로로 자리매김한다면, 매우 큰 인적자산을 갖게 되는 셈이다.

원로는 ‘어떤 일에 오래 종사하고 공로가 많아 주위의 존경을 받는 사람’을 뜻한다. 울산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도시다. 하지만 인맥은 그 뿌리가 깊지 못하다. 똑똑한 사람들일수록 대도시로 나가 버리는 소도시의 특징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그래서 어른은커녕 원로도 없다. 어른이나 원로가 있는 도시는 깊이가 다르다. 지역사회 내에 큰 갈등이 생기더라도 조정과 융합이 가능하다. 보이지 않는 질서가 생겨, 작은 소용돌이쯤은 쉽게 가라앉힌다. 원불교대사전에는 ‘원로는 관위(官位), 연령, 덕망 세 가지가 높아야 한다’라고 돼 있다.

강길부 의원은 최근 본사가 개설하는 인문학 특강 로고스칼리지의 2강좌에 수강신청을 했다. 일주일의 반 이상을 울산에 있겠다는 뜻이다. 지역구인 울주군에 있는 도서관에 책 3000권도 기증했다. 국회의원 시절에도 정치보다는 ‘일’에 더 관심을 쏟았던 그는 앞으로 울산에서 할 수 있는 ‘소박한’ 일을 찾고 있다. 그의 진심과 일에 대한 열정은 우리가 그를 원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울산출신으로는 최다선인 5선의 정갑윤 의원은 울산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는 울산사람이다. 6선의 꿈은 접었지만 정 의원의 정치인생은 아직 마침표가 아님이 분명하다. 울산의 유권자들이 다시 그에게 어떤 직무를 줄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국가의 의전순위 10위 안에 드는 국회부의장을 포함한 그의 20년 정치경륜만으로도 우리가 얻을 게 적잖다. 원로로 모셔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다.

박맹우 의원은 울산시장을 3번을 역임했다. 국회의원 시절 당 사무총장을 지냈다. 울산과 중앙의 행정, 정치와 행정의 관계에 대해 그만큼 잘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울산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살아갈 울산사람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원로로서, 이보다 더 명확한 조건을 갖춘 이가 있을까.

3명 모두 관위나 연령으로는 원로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그동안 덕행을 쌓았다면 당연히 울산 사람들이 우러르고 따를 것이다. 혹여 덕망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지역사회가 그것을 채울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들 모두 정치적으로 ‘보수’라는 것이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넓은 품’을 기대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이들이 현실정치에 다시 뛰어들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일단은 정치적 스펙트럼을 넓혀 지역사회의 원로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12선 국회의원이라는 인적자원을 갖고도 ‘어른이나 원로가 없는 울산’이라는 말을 들어서는 안되겠기에 하는 말이다.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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