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출발을 맞아 민주당에게 바란다

▲ 김창현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겸임교수

“오만하지 말고 겸손하라.” 상상을 초월하는 초유의 의석을 얻고 난 후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선대위원장의 첫 일성이다. 애써 몸을 낮추고 희희낙락하지 않는 것은 잘하는 태도이나 그것에 마친다면 말장난에 불과하다. 원래 정권을 맡기고 많은 의석을 주는 것은 겸손하라고 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돌아보라. 2004년 총선 당시 탄핵에 항의하는 수많은 국민들의 힘으로 열린우리당은 152석의 과반을 달성했다. 그리고 그 기쁨도 잠시일 뿐, 무너지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다.

당시 오만하게 굴고 겸손하지 않아 망가졌는가? 아니다. 통제 안 되는 ‘108번뇌’라 불리던 초선의원들의 좌충우돌과 빈번한 계파 갈등때문에 그래서 무너졌는가? 그런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일면적일 뿐이다. 붕괴는 열린우리당이 가졌던 이념적 한계와 개혁의 방향 상실에서 비롯되었다. 이라크 파병과 한미FTA에서 미국에게 굴종하면서 수많은 노동자와 농민이 등을 돌렸다. 4대 개혁법안을 한꺼번에 올려놓고 한나라당의 지연전술에 막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만 동력을 상실해 버렸다. 이때 수많은 진보 개혁세력들이 희망을 접었다. 결국 한나라당은 이명박의 당선과 함께 다시 살아났고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지금 여기저기 여론조사기관이나 정치평론가들이 한결 같이 입을 열어 여당에게 겸손을, 야당에게 환골탈태를 주문하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협치 운운하며 타협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더 나아가 야당에게 새롭게 태어나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실제 김종인 비대위체제를 만들어 나름대로 태극기 부대식의 막무가내 극우 논리를 벗어나 합리적인 보수의 모습을 만들어 가려고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얼마나 먹힐지는 알 수 없으나.

일부 언론은 주류의 변화를 말하고 있다. 탄핵과 대선 총선을 거치며 이제 자유당 시절부터 공화당, 민정당, 민자당, 자유한국당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를 오랫동안 지배해 온 주류가 퇴장하고 새롭게 민주화 세대가 주류를 형성했다고 한다. 80년 광주를 거친 세대가 한국사회의 50대를 형성하며 산업화 세대를 밀어내고 신주류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전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 또한 일면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산업화 세력이니 민주화 세력이니 하는 표현은 정확한 세대개념도 아니다. 60~70년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과 맞서 싸우던 민주화 세력이 산업화에 맞서 싸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짓밟고 민중을 수탈하며 독재를 일삼았던 한국사회의 주류는 친미 친일 세력이다. 그들의 숙주가 무너지지 않는 한 이들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물론 미국과 일본은 쇠퇴하고 있다. 따라서 당연히 그들을 따르는 세력이 쇠퇴하는 것은 순리이다. 그러나 아직 주류변화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민주당 집권세력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우리나라는 우리가 지킬 수 있음을 당당히 선언하고 미국의 6조 방위비 분담압박에 맞서야 한다. 더불어 개성공단을 열고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에서 약속한 것처럼 한반도의 주인답게 평화와 번영을 위한 큰 걸음을 북과 함께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촛불혁명을 만들어 낸 이 땅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둘째, 과감한 개혁조치를 쉼 없이 진행해야 한다. 공수처 설치만이 유일한 개혁이 아니다.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많은 반노동자 악법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 악법들을 칼집에 꽂아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 노동, 복지, 적폐청산 등 수많은 개혁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사회 구석구석에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힘이 있을 때 그 힘으로 단호하게 일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국민은 겸손함의 미덕이 아니라 준 힘만큼 제대로 하길 바란다는 것을.

김창현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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