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선영 울산대교수·수학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을 말할 때 그리이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광활한 페르시아 제국을 정복하고 그리스 문명을 인도와 아프가니스탄까지 전파시켰는데, 세계 정복뿐 만이 아니라 그리스 문화의 전파에도 관심이 컸다.

알렉산더 정복 전쟁의 결정적 획을 그은 가우가멜라 전투에서 그는 다리우스 3세가 이끄는 페르시아 대군을 대파시킨다. 알렉산더는 이 전투에서 45도 사선형의 전투 대형으로 페르시아 기병을 깊숙이 끌어 들여 틈새를 공격하는 전법을 써 승리했다고 한다. 알렉산더 대왕하면 정복 전쟁을 생각하지만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요 또한 그 당시 수학자인 메나이크모스에게 기하학을 배웠다. 아마도 알렉산더가 가우가멜라 전투에서 45도 사선 대형을 생각할 수 있었던 것도 메나이크모스에게 배운 수학의 힘이 아니었을까 한다.

수학에는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힘이 있다. 메나이크모스는 타원, 포물선, 쌍곡선과 같은 원뿔곡선을 생각한 최초의 사람이고, 원뿔곡선 이론은 그리스 3대 수학자 중 한사람인 아폴로니우스에게 전해진다. 그리스의 수학자들의 탁월한 업적 중 하나가 원뿔곡선에 대한 이론 정립인데, 이 순수한 수학적 동기와 호기심이 후에 인류의 삶을 엄청나게 바꾼다.

17세기에 이탈리아의 갈릴레이는 망원경으로 별들을 관측했고, 이 관측으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인정하게 된다. 비슷한 시기에 천문학자 티코 브라해의 제자였던 독일의 케플러는 스승이 관측해 놓은 관측 자료를 가지고 행성의 운동에 대한 세 가지 법칙을 만든다. 그 제일 법칙이 ‘모든 행성은 태양을 포함하는 평면 내에서 태양을 초점으로 하는 타원을 그리며 운행한다’이다. 그리스의 원뿔곡선 이론이 2000년 후에 우주를 설명하는 이론의 토대가 된 것이다.

수학의 이러한 힘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앞으로의 인류의 삶과 과학 문화에 수학의 영향력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장선영 울산대교수·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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