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이탈사고 방지 위한 가드레일
위험성평가 등 체계적·전문관리로
‘도로위 안전벨트’ 기능 제대로 해야

▲ 박현철 울산대 교수·SHE전공

얼마 전 울산 울주군 소재 화정교 교량 아래로 그랜저 차량이 추락해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부산 기장군에서 울주군 방면으로 가다가 가드레일(방호울타리)을 들이받은 뒤 비탈을 따라 20여m 아래로 추락하면서 숨진 것이다. 길에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가드레일은 언제나 도로의 끝에 당연한 듯 설치돼 있지만 종종 ‘저 약한 울타리가 나를 지켜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몸을 움츠리게 된다. 또한, 해안, 고지대 등에 가끔 가드레일이 설치되지 않거나 손상된 채 방치된 가드레일을 보면 위험을 많이 느낀다. 사고가 난 지점에 충격 받은 바닥을 제대로 보수하지 않고 가드레일을 재설치하거나 고정 볼트가 빠져 있는 등 관리까지 허술한 부분이 자주 발견된다. 문제는 이런 부실한 가드레일이 전국의 도로(약 11만 km)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로 교통사고, 산업재해, 자살 등 3개 부문의 사망자수를 2022년까지 2017년 대비 절반으로 감축하는 목표를 수립했다. 2017년에 교통사고 사망자 4185명(12명/일, OECD 2위)이던 것을 2022년에 2000명대(OECD 평균)까지 줄이기로 했으나, 작년 3349명으로 아직 부진하다. 근래 교통안전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도로 외 이탈사고’는 연평균 1135건 발생해 268명(치사율 23.6%, 일반교통사고의 치사율 2.8%)이 사망하였으며, 무단행단, 음주운전과 함께 주요 교통사망사고 요인으로 나타났다. ‘도로법’에 의거 국토교통부는 고속국도와 일반국도를, 지자체는 특별광역시도, 지방도, 시군구도 등을 맡아 연 2회 일제히 도로를 점검해 교체작업을 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작업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현재 설치된 가드레일은 대부분 용융아연도금강판 재질인데 용융아연도금이 기능을 다해 적청 또는 황변 되거나 파손된 경우 모두 교체하고 있어 경제적 부담이 크다. 교체비용은 보수하는 것보다 약 2배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한 용융아연도금강판의 광택 유지기간은 수개월밖에 되지 않아 교체까지(수명 약 20년)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이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위험성을 평가해 보전에 차등을 주어 최적화하는 위험기반보전(RBM) 도입이 필요하다. 첫째 시설안전에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로 위험성평가팀을 구성하고 체크리스트 작성에 필요한 자료들을 수집한다. 둘째 평가기준을 작성하고, 가드레일과 관련된 잠재된 위험요인들의 심각성과 발생가능성을 고려해 위험성평가를 실시한 후 개선계획서를 작성한다. 셋째 위험성이 높은 것부터 먼저 개선해 위험감소를 하되,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경우 즉시 개선한다. 넷째 가드레일의 위험성 수준에 따라 점검주기, 점검방법, 정비방법(설치, 보수, 교체) 등을 조정하며, 위험구간, 특수구간 등에는 적합한 SB등급의 가드레일을 설치해야 한다.

울산은 지속가능한 산업수도 및 관광도시를 지향하고 있으나, 진입로부터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가드레일이 부식이 심하거나 변색 또는 탈색이 된 곳이 여러 군데 눈에 띈다. 신속한 보수와 함께 안전을 뜻하는 노란색이나 때가 덜 타는 청색 선을 가드레일에 깔끔하게 긋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가드레일은 도로를 지나면서 매일 마주하게 되는 안전시설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도로에 설치된 가드레일 관련 위험성평가를 실시하고 위험기반보전을 도입해 보전 주기와 방법의 엄격도를 조정하는 것이 인명보호에 효과적이고 경제적일 것이다. 또한 예방적 도로교통 인프라 개선 및 확충과 교통안전문화 확산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시설안전 관련 기업들은 연구개발을 통해 가드레일 등 안전시설의 부식방지, 보수공법, 충격흡수성 등 기술·보전·미관 등을 지속 개선해 나가야 한다. ‘도로위의 안전벨트’라고 불리는 가드레일이 제대로 설치되고 보전돼 가슴 아픈 인명사고를 막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현철 울산대 교수·SHE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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