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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교단일기
[교단일기]교실은 담임을 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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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26  2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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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모 현대청운중 교사

우여곡절 끝에 고3들이 개학했고, 27일 수요일에는 중3, 초1이 등교한다. 많은 학교가 개학을 대비하여 모든 시설의 방역과 위생상태를 점검하느라 분주하다. 학부모와 교직원 모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바쁘게 움직인다. 사자성어 교토삼굴(狡兎三窟)이 떠오른다. 교활한 토끼는 만약을 대비하여 굴 세 개를 미리 파놓는다는 뜻인데, 철저한 준비성과 생존을 위한 것이니 교활하다기보다는 똑똑하다고 의역하는 것이 맞지 싶다. 이건 학교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곳에도 통용되는 진리이다. 비상용, 스페어, 여분, 응급용, 플랜B, 보조 등 표현만 다를 뿐 최악을 대비하여 생존력을 높이는 노력은 누가 봐도 당연한 거니까 말이다.

필자의 학교 또한 분주해졌다. 많은 담임 교사들이 최적의 수업을 위해 교실 환경 개선에 신경 쓴다. 여기서 담임 교사의 성격과 특징이 교실에 반영된다. 더러운 거 못보는 담임의 교실은 일단 깨끗하다. 쓰레기통을 매일 비우는 담임의 교실은 쓰레기통이 제일 깨끗하다. 군대 다녀온 지 얼마 안 된 담임의 교실은 책상과 의자의 가로세로 간격이 매우 일정하다. 미적 감각이 있는 담임의 교실은 게시판 수준이 프로급이다. 저소득층에 관심이 많은 담임은 학생들의 복지에 신경을 많이 쓴다. 업무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담임의 교실에는 학급 공지란에 항상 최신 안내문이 부착되어있다. 벌레를 싫어하는 담임은 교탁 안에 에프킬라를 넣어둔다. 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은 ‘안좋은 사태를 대비하려는 예방 의지’이다.

학생들도 각 교실의 차이를 인지하고, 비교하고, 품평한다. 오래전에 졸업했어도 지금도 기억나는 학생들이 있는데 호사가, 평론가, 연구원 기질이 많았던 이 학생들은 교사와 교실을 제법 정확하면서도 재미있게 표현하곤 했다. 이 학생들이 해준 얘기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1반은 미국이에요. 학년주임이라서 그런지 아무튼 파워 세 보이고, 1반 학생들은 공부도 제일 잘해요. 2반은 프랑스에요. 교실이 이쁘고, 예술 작품이 많아요. 3반은 북한이에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고, 맨날 혼나던데 불쌍해요. 4반은 네덜란드에요. 담임샘과 학생들 모두 키가 커요. 5반은 일본이에요. 게시판, 책상, 의자, 하다못해 소화기까지 애니 캐릭터가 다 붙어있어요. 6반은 러시아에요. 북쪽 끝 교실이라 추워요. 그리고 담임샘이 술 세다는 소문이 있어요.” 듣고 있는 동안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학생들의 눈은 매우 정확하다. 어느 반에 분필이 많은지, 어느 반 TV가 제일 멀쩡한지, 어느 반 사물함이 제일 파손이 심한지, 어느 반에 티슈가 많은지 학생들이 제일 잘 알고 있다. 학생들을 평가감시자, 두려운 존재로 인식하기 보다는 교사와 학교를 비추는 거울이라 여기면 학생들은 교사를 성찰하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가 된다. 오늘도 교실에는 담임의 특성이 하나 더 반영될 것이고, 학생들은 등교할 때마다 담임 교사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집에서 자녀가 부모를 닮아가듯이 학교에서 교실환경 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담임 교사를 닮아가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김경모 현대청운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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