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 대한 배려·신뢰 내포
가족간 사용처·분배 등 대화
코로나시대 기억으로 남을 듯

▲ 긴급재난지원금 현장신청 첫날인 지난 18일, 시민들이 선불카드를 발급받고 있다. 경상일보 자료사진

정부긴급재난지원금은 사람들 사이에서 최근 열흘동안 단연 최고의 대화주제였다. 이들 대부분은 생애 최초로 재난지원금을 받은 터였다. 낯선 돈을 앞에 두고 활짝 웃는 가족이 있는가하면, 얼굴을 붉히며 다투는 가정도 많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지원금 자체가 화제였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지원금의 사용처를 포함해 돈 앞에서 벌어지는 온갖 태도와 상황들이 또다시 화젯거리다.

어르신들에게는 재난지원금이 곧 효자였다. 팔순을 넘긴 신경희씨는 “나라에서 이렇게도 돈을 준다. 세상에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주민센터에서 이를 수령한 뒤에는 하루하루가 걱정이다. “8월까지 이 돈을 다 써야 한다. 딸이 와서 달력에 표시를 해줬는데, 깜빡하고 날짜를 넘길까봐 마음이 조급해졌다”고 했다.

1~2인 가족에게 주어진 40만~60만원은 큰 문제가 없지만 3인 가족에게 80만원, 4인이상 가족에게 주어진 100만원은 다양한 에피소드가 많았다.

▲ 정말숙 시민기자

가족 구성원 간의 지원금 배분율을 두고 온갖 대화들이 오간 것이다. 불만은 주로 세대주가 아닌 아내와 자녀들 사이에서 새 나왔다. 세대주인 남편의 신용카드로 지원금을 수령한 조영정 주부는 “지원금을 받기는 했는데, 그다지 좋지는 않다. 쓸 때마다 남편 휴대폰으로 문자가 가는데, 꼭 감시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20대 대학생인 박소현씨는 “우리 가족은 4인이 아니라 조부모-부모-남매로 구성되는 6인가족이다. 그런데 지원금은 4인가족과 똑같이 100만원이다. 6인으로 나누니 1인 16만원 꼴. 세대주인 아빠가 모든 지원금을 갖겠다며, 배분은 절대불가라고 엄포하시는 바람에 온 가족이 입도 못뗐다”고 토로했다. 이와 반대로 아내가 세대주인 집에서는 입장이 뒤바뀌었다. 퇴직자 남편인 이모씨는 “지원금 구경도 못했다”면서도 “저녁밥상 메뉴가 좀 나아지긴 했다”고 말했다.

다행인 건 취재때문에 만난 사람 대부분은 ‘돈 앞에서 남이 돼버리는 무늬만 가족’은 아니었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신뢰가 깔려있는 푸념수준 에피소드가 나중에는 코로나를 기억하는 단상으로 남을 것 같다. 정말숙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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