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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경상시론
[경상시론]울산 공무원 성희롱 발생 현황과 대처도마에 오른 공무원 성희롱문제 보며
더디지만 성인지 감수성의 변화 실감
당당한 문제제기가 재발방지 이끌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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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27  2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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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미란 울산대학교 법학과 조교수

얼마 전 본보 제1면을 장식한 울산의 성인지 감수성에 관한 기사로 인하여, 울산시 공무원의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지난 2019년에 실시된 6급이하 시청 여공무원 대상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580명 중 86.2%(500명)가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의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조사결과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우선은 생각보다 너무 높은 피해 경험 결과에 공직사회 내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이나 조직 내 치부를 그저 덮어두려는 복지부동의 조직문화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반대로 관계자들은 해당조사의 내용과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그에 따라 조사결과에 대한 불신과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실 해당 실태조사의 결과는 모두 공개된 것은 아니고, 그저 지면의 기사를 통해 단편적인 결과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어서, 이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피해 경험 결과치가 더 낮게, 또는 매우 낮게 나왔다고 해서 조직 내 성희롱·성폭력에 대해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한 해당조사의 결과치 자체는 크게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조직 내 성희롱·성폭력은 없어져야 할 문제이지, 해당 행위가 줄어들고 있다고 해서 내버려둬도 되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조사결과에 대한 날선 대립은 결국 조직 내 성희롱·성폭력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보다 슬기로운 대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 단편적인 조사 결과만을 바탕으로 한 비난을 위한 비난이나, 울산시 공무원이라는 집합명사에 따른 비하는 없어져야 한다. 이를테면, 일방 구성원들은 모두 성희롱·성폭력의 범죄자라거나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피해자들도 일조를 했다는 식의 비난이 있어서는 안 되고, 심지어는 다른 일방 구성원들은 모두 남 부끄러운 짓을 당한 사람이라는 식의 동정을 가장한 손가락질을 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에 익숙한 응답자들이 조직의 치부를 드러낼 수 있는 일일지언정 솔직하고 담담하게 문제를 직시했다는 것을 높이 사야한다. 또한 다른 기사를 통해 확인한 조사 결과를 볼 때, 응답자들이 신체 접촉을 포함한 성폭력범죄에 해당하는 성희롱은 물론, 외모나 옷차림 등을 평가하는 언어적 행동 등 이른바 성폭력범죄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우리사회에서 당연히 성희롱으로서 규제되어야 할 피해에 대해서도 충분히 지적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성희롱·성폭력에 관한 의무교육 등의 결과로서 구성원들의 성인지 감수성은 이전보다 많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다만,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를 바탕으로 한 조직문화 전반의 변화 속도가 더딜 뿐이라고 여겨진다.

지금보다 더욱 빠르게 조직문화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동시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처는 현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욱 드러내어 피해자들이 당당하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즉, 성희롱 행위는 직장 내 또는 업무상이라는 특별한 관계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그 행위에 비해 피해의 정도도 더욱 중대할 수 있음에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거나 피해자 역시도 관계나 상황을 고려하여 그 대처를 쉽게 포기해 버린다는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현행법 상 성희롱 행위는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우리 사회에 헌법의 양성평등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공직자 등의 성적인 언동은 물론, 성별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을 바탕으로 하는 언동까지도 규제하고 있음을 명확히 인식하고, 오히려 나와 내가 속한 조직의 변화를 통해 성희롱·성폭력 행위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배미란 울산대학교 법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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