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범상 울산대 명예교수·음악이론가

공통적으로 다루는 내용은
‘대한민국에 와서 놀란 점’
산업화·자유민주화의 산물들 꼽아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영상은
“자본주의 속 한국사람들 마음은
늑대같은 모습이라 생각했지만
사랑·희생으로 봉사 실천 놀라워”

대한민국의 ‘높은 시민의식’
코로나 난국 극복할 수 있게 해
산업화보다 소중한 선진화의 모습

숨 쉴 틈 없이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의 대중화 선두주자는 카카오톡과 구글에서 운영하는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YouTube)가 아닐까 한다. 공중파나 종편보다 훨씬 다양하고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인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각종강의, 교육뿐 아니라, 노란딱지 정치뉴스와 평론, 개인의 일상, 먹방, 게임, 강아지 키우기 취미 등 소소한 생활소재들이 여간 재미있지 않다. 심지어 스포츠나 공연 중계방송도 한다. 젊은이, 노인을 불문하고 휴대폰에 코 박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유튜브를 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기가 보고 싶은 영상을 찾아보는데도 안성맞춤일 뿐 아니라 누구나 방송할 수 있기에, 자신을 알리는 데도 적격이다.

나도 유튜브에 푹 빠져 있다. 최근 재미를 붙인 게 탈북 유튜버들이 만들어 보내는 영상들이다. 종편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탈북자들 중에서 이 새로운 쌍방향통신시스템에 빠르게 적응한 젊은이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시청자수가 증가함에 따라 광고도 붙고, 구독자가 보내는 기부금인 수퍼쳇을 포함하면 수입도 쏠쏠하단다. 방송의 내용도 꽤 재미있다.

그들은 예외 없이 ‘대한민국에 와서 놀란 점들’이란 내용을 다룬다. 그들은 북한에서 배운 한국의 실상과 자신들이 보고 체험한 실상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인천공항의 규모와 인파와 깨끗함에 놀랐다’ ‘국정원 밥이 맛있다’ ‘자동차가 많고, 도로와 대중교통이 놀랍다’ ‘사람들이 친절하고 말투가 상냥하다’ ‘전기가 풍부하여 기차가 서지 않고 달리며 엄청 빠르다’ ‘기차 탈 때 도시락준비가 필요 없다’ ‘수도꼭지 틀면 온수(溫水)가 나온다’ ‘화장실이 깨끗하고 휴지가 비치되어 있다’ ‘맛있는 먹거리가 넘친다’ ‘배달문화가 끝내준다’ ‘사람들이 산에 가는 거 좋아하고, 심지어 힘들게시리 단풍구경도 간다’ ‘초중등학교에서 무료급식을 한다’ ‘병원에 가면 의료장비와 의료진의 응대가 감탄스럽다’ ‘한밤중에도 가로등을 켜며, 24시간 편의점이 여기저기 있다’ ‘TV채널이 많다’, ‘대통령 욕을 자유롭게 한다’ ‘허가 없이 여행을 다닌다’ ‘기차 안에서 통행증 조사 안 한다’ ‘도둑이 없고 치안이 잘 되어있다’ ‘서울역지하도 노숙자가 경찰에게 담요 달라하니 갖다주더라’ ‘장애인을 특별배려하더라’ ‘공짜달력이 많다’ 등등등.

그래서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북한에서 ‘우리가 지금은 어렵지만 장군님을 믿고 따르며, 당의 명령을 실천하면 진정한 공산주의 낙원이 도래한다. 그 낙원에는 전기와 먹을 것이 넘쳐나고, 모두가 서로에게 친절하며 정말 살맛나는 세상이다’라고 배웠다. 한국에 와보니 여기가 낙원이더라. 한국은 공산주의를 달성한 나라라고 착각했다”고 실소(失笑)했다. 나는 이러한 영상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가 원래부터 이랬던가? 아니다. 40년 전만해도 양변기 공중화장실은커녕, 전기는 불안정하여 들어왔다 나갔다했고, 버스 안에서 담배 피웠고, 도둑도 많았으며, 매표소나 버스출입구엔 늘 아귀다툼이었다. 학생들 도시락은 보리밥 콩자반이었고, 물은 데워서 썼으며, 목욕은 월례행사나 주례행사쯤 됐었다. 탈북유튜버 그들이 놀라는 것은 주로 그동안 한국이 이룩한 산업화와 자유민주화의 산물들이었다.

그런데 그 중 한 영상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 ‘남조선사람들은 미국의 압제, 자본주의의 폐해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으며, 먹고 살기위해 서로 헐뜯고 다투며 연명해가는 노예생활을 하고 있다’고 배웠단다. 그리하여 사람들 마음속에는 늑대와 같은 다른 모습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믿었단다. 그래서 그는 눈에 보이는 한국의 겉모습대신 서로 물어뜯고 짓밟는 자본주의 내부의 숨은 실상을 찾아 나섰던 것이었다. 그런데 웬걸. 처지가 크게 좋지도 않은 수많은 사람들이 대가 없이 오직 사랑과 희생정신으로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곤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아, 내가 배운 자본주의하고 달라도 너무 다르구나. 바로 이러한 정신이 자본주의를 받쳐주고 있는 것이구나’라고 결론하였다고 고백했다.

그렇다. 이러한 높은 시민의식이야말로 산업화, 자유민주화보다 훨씬 소중한 선진화의 모습인 것이다. 필시 이는 한국사람 특유의 높은 교육열이 가져다 준 것일게다. 지난 몇 달간 대구와 경상북도의 시민들은 물론 전체국민이 보여준 드높은 시민의식에 힘입어 우리는 ‘코로나 난국’을 극복할 수 있었다.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와 중국바라기, 마스크 대란 등에도 참고 인내하며, 능동격리는 물론 사재기 한건 일어나지 않은 것은 국민의 의식이 그만큼 성장한 때문이다. 이제 남은 건 무엇일까. 윤범상 울산대 명예교수·음악이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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