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우리 말은 오랜 역사와 함께했다. 그 오랜 역사 속의 우리 삶이 언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서 현재의 언어생활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동안 종교, 철학 등은 우리 말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특히, 이천 년 전부터 우리 정신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불교 문화는 자연스럽게 우리 말과 연결되어 있다. 코로나19로 4월 말 부처님 오신 날 기념행사인 법요식을 5월 말로 연기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우리 말에 수용된 불교 용어 중 일부를 살펴본다. 불교 용어의 전문성을 이해하기 위해 책꽂이에 숨어있던 <불교에서 나온 말>(대원정사)을 인연으로 찾아 참고했다.

우리는 지역사회 학교에서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하고 다양한 교육 활동을 하는 건축물을 강당(講堂)이라 한다. 사찰에는 기본으로 7종의 요사채가 건립되어 있다. 불전, 법당, 승당, 고리, 삼문, 욕실, 정랑 등인데 7당이라 통칭한다. 이 중에서 강당은 주로 설법과 강의를 하는 건물이다. 이 강당에서 승려를 지도하는 사람을 강사(講師)라고 한다. 아울러 강사가 강의하는 것을 강좌(講座)라고 한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현대어와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강당, 강사, 강좌 등의 용어는 불교 용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외에도 우리 일상생활에서 속에 입는 옷을 보통 내의(內衣)라고 한다. 승려들은 탐욕을 끊기 위해 삼의와 일발만을 소유할 수 있었다. 여기서 삼의는 대의, 상의, 내의를 말한다. 이 중 내의는 범어를 번역한 말인데, 절 안에서 일을 하거나 잠을 잘 때 입던 평상복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불교에서는 붓다의 가르침을 법(dharma)이라 한다. 여기에 바르게 수행을 하고 질서를 유지하도록 승단이 제정한 계목을 율이라고 한다. 이 단어를 빌려 우리는 국가가 제정하고 국민은 준수해야 할 법의 규율을 법률(法律)이라 한다. 이외에도 사람들이 모여 시끌시끌한 현상을 우리는 야단법석이라 표현한다. 이 야단법석(野壇法席)은 원래 야외에서 붓다가 설법을 한다는 의미이다. 이 야외법회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고, 자유롭게 질의 응답하는 분위기여서 떠들썩했다.

이외에도 우리 말에 영향을 미친 불교용어는 많다. 종교와 철학 등은 우리 생활언어에 현재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상 중 하나이다.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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