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평 감독 8년간 기획 작품
코로나 사태 후 첫 상업 영화
연거푸 미룬 개봉 4일로 확정

▲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침입자’ 언론시사회에서 배우 김무열, 손원평 감독, 송지효(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으로 지난했다.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것이 8년 전, 공들여 완성한 영화가 개봉일을 잡은 건 지난 3월이었지만,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4월로, 5월로 미뤄졌다.

그리고 마침내, 6월4일로 개봉일을 확정한 영화 ‘침입자’의 손원평 감독은 “감개무량하고 조마조마하다”고 말했지만, 표정은 소감보다 훨씬 덤덤해 보였다.

최근 열린 시사회에서도 긴장됐을 법도 한데, 그런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하자 손 감독은 “원래 잘 떨거나 긴장하지 않는 성격”이라며 웃었다.

‘침입자’가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 개봉하는 상업 영화라는 예상치 못한 타이틀을 갖게 되면서 오랜만에 열린 대규모 시사회였다.

손 감독은 오히려 카메라 플래시에 눈이 부신 상황에서 마스크를 쓴 참석자들이 간격을 두고 앉아 있는 관객석을 무대에서 보면서 오히려 그 장면을 사진을 찍고 싶을만큼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손 감독의 이력에는 훨씬 더 묵직한 뚝심이 보인다.

영화 평론가로 데뷔한 것이 2001년이고 이후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진학해 몇 편의 단편 영화를 쓰고 만들어 왔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대중에게 먼저 알린 건 영화가 아닌 창비청소년문학상(2016)을 받은 소설 ‘아몬드’다.

‘아몬드’는 출간 이후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청소년 추천도서 등에 꼽혔고 출간 1년 만에 20만부 넘게 팔렸다. 해외에서도 12개국에 번역 출간되면서 지난달에는 일본 서점 직원들이 선정한 번역 소설상을 받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책 보는 걸 좋아했고 꿈도 작가였어요. 사춘기를 겪으며 꿈이 없던 시절도 있었지만, 막연히 글을 쓰고 싶긴 했고 대학을 졸업할 때쯤 시나리오가 써보고 싶어서 영화 제작 워크숍에 참가했는데 열정 가득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즐겁고 재밌더라고요.”

그렇게 영화를 공부하고 단편을 찍으면서도 매년 신춘문예는 빼놓지 않고 응모했다.

손 감독은 “사람들과 어울려 영화를 만드는 것도 좋았고,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했다. 시간이 날 때는 항상 글을 썼다”며 “두 가지는 서로 다른 약점과 힘든 점을 보완해 줬다”고 했다. 또 그는 “영화가 엎어질 수도 있고, 만들면서 내 뜻을 관철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과정은 다 지나왔다”며 “경건한 마음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오랜 시간 엄청난 양의 작업을 이어온 그이기에, 차기작이 예정돼 있을 않을까 싶었지만 “아직은 없다”고 했다. 대표적인 청소년 도서로 자리매김한 ‘아몬드’를 영화로 볼일도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책을 안 보던 아이들이 책을 재밌게 봤다고 할 때가 보람 있어요. 영상으로 만들면 상상의 여지가 없어지잖아요. ‘아몬드’는 계속 활자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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