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 박물관이 폐관 절차를 밟고 있다는 소식이다.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인 대학박물관은 전적으로 학교 지원에 의존해야 하는데, 학교 측이 운영비 부담의 한계에 봉착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학교측은 “조직개편은 대학본부 내 관련 위원회의 심의결정을 거쳐야 할 사항”이라며 “박물관 폐관에 대해선 명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고 했지만 폐관을 추진중이라는 추측이 어렵지 않은 정황들이 포착됐다.

박물관이 보관 중인 5300여점의 유물 중 3000여점이 경주박물관과 부산박물관으로 이관됐고 남은 2300여점의 유물도 국립김해박물관으로 이관하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관장을 맡고 있는 교수가 올 1학기를 끝으로 퇴임하게 되지만 후임 관장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다고 한다. 박물관에 근무하던 학예사도 최근 일반행정직으로 발령이 났다. 다른 1명의 학예사는 계약직이다. 인력과 유물이 없는 박물관은 있을 수 없다. 특히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는 중요한 자료인 울산대박물관의 유물이 타지로 유출되는 것은 지역사회의 큰 손실이기도 하다.

울산대 박물관은 1995년 12월 개관한 울산지역 제1호 박물관이다. 역사박물관이 없던 시절에 대학이 나서 문화재 발굴과 자료 수집을 시작함으로써 울산지역 역사문화의 정통성을 수립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했다. 초창기에만 해도 기획전을 수시로 개최하고 지역 내 초·중·고교 학생들이 단체관람을 하는 등 지역사회의 문화적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점점 전시관의 지역사회 개방에 소극적으로 변모하면서 지역사회와 교류가 줄어들긴 했지만 연구와 자료수집, 자료집 발간 등 대학박물관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해왔다. 그 때문에 울산대박물관의 폐관 소식은 지역사회에 큰 상실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물론 2011년 시립인 울산박물관이 문을 열면서 대학박물관에 대한 지역사회의 기대와 요구가 대폭 줄어들었다. 하지만 대학박물관의 역할은 지역박물관과는 또 다르다. 학교별로 특화된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하는 역할을 하는데, 울산대박물관은 선사시대와 매장문화재의 조사와 보고, 기획전시 등에 주력해왔다. 과거에는 대학박물관이 종합대 설립의 필수요건이기도 했다. 현재도 전국의 대학박물관은 100여 곳에 달하고, 여전히 대학박물관은 대학의 품격을 말해주는 중요한 요건이기도 하다.

우리는 점점 문화적 요구가 다양해지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으며, 어디에 사느냐에 따른 문화격차를 겪지 않을 권리가 있다. 문화강국인 프랑스는 ‘집 가까이 있는 문화’를 중시한다. 대학은 지역사회 문화격차 해소의 중요한 플랫폼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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