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은 너무/ 조용해서 무섭다/ 따슨 바람은 괴어만 있어/ 나뭇잎 하나 풀잎 하나/ 꼼짝도 않고// 우거진 덤불 속에/ 아, 아/ 빨간 저 작은 불송이들/ 가시 줄기 사이로 죄짓는 듯 딴다/ 보드랍고 연해 조심스런 산딸기// 불을 먹자/ 따스하고 서늘한/ 달고 새큼한/ 연하고도 야무진 불, 불의 꼬투리/ 네 입에도 넣어 주고/ 내 입에도 넣어 주고…… ‘산딸기’ 일부(이원수)

산딸기는 6월의 대표적인 열매다. 그러나 잘 익은 산딸기를 듬북 따려면 손이나 팔이 만신창이가 돼야 한다. 덤불 속에 있는 저 빨간 불송이…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꼭지가 쏙 빠져나오건만 거기까지 왜 그렇게 손이 닿지 않는지.

▲ 산딸기(왼쪽)와 복분자.

시 ‘산딸기’는 ‘고향의 봄’으로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이원수 시인의 시다. ‘산딸기’는 그런 시인의 동심에서 우러난 것이다. 불을 먹자, 네 입에도 넣어주고, 내 입에도 넣어주고….

산딸기와 복분자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르다. 우선 산딸기는 가시덤불 속에 보석같은 영롱한 붉은 열매를 맺는다. 산딸기는 재배 농가가 많지 않아 귀하게 여겨지는 계절과일이다. 과육이 있는 뾰족한 타원형의 작은 알갱이가 뭉친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

반면 복분자는 모양이 비슷하지만 과육이 있는 작은 알갱이가 더 완만한 구형(球形)이다. 만져보면 복분자는 산딸기보다 단단한 느낌을 준다. 특히 산딸기는 다 익어도 붉은색만 띠지만, 복분자는 붉은색에서 검은색으로 익는다.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산딸기와 복분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열매의 성분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복분자와 관련해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신혼부부가 있었는데, 남편이 이웃마을에 볼 일을 보고 돌아오다가 길을 잃게 됐다. 하도 배가 고파 우연히 덜 익은 산딸기를 먹게 됐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소변을 보는데 소변줄기가 너무 세 요강이 뒤집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뒤집어진다’는 뜻의 ‘복(覆)’과 ‘항아리’인 ‘분(盆)’을 합해 ‘복분자(覆盆子)’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복분자와 산딸기는 맛도 좋지만 정력제로도 유명하다. 1980~1990년대 에로영화의 대표격인 ‘산딸기’ 시리즈는 아마도 산딸기의 약효와 연관이 있는지 모른다. 당대 최고의 육체파 여배우 안소영을 주연으로 내세운 이 영화는 토속적인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산딸기’는 1982년 1편에 이어 1993년 ‘산딸기 6’까지 10여년 동안 계속됐다. 산딸기는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하니 혹 안소영의 미모가 산딸기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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