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정부 선택하는 주권 행위
투표 못지않게 개표 과정도 중요
국민의혹 있다면 해소 노력 필요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

2020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생각해본다. 우리의 경우는 서구 선진국들이 200년 이상 걸린 근대과업(modern project)이었던 민주주의를 불과 국가(혹은 정부) 수립 40년 만에 완수한 기적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그리고 또 다른 근대과업의 하나인 경제발전(조국근대화)도 30여년 만에 이룩하였다. 한국은 20세기에 ‘국치’(國恥)를 당하면서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기도 했었고, 힘이 약하여 조국 분단에 이은 동족상잔의 참극을 겪기도 했었다. 하지만 한국은 결국 20세기 내에 근대과업을 달성하고 21세기 들어 선진국의 길을 가고 있다. 다만 근대과업의 종착지인 근대(통일)국가 완성은 아직도 요원한 상황이다.

우리가 이념으로 받아들이는 ‘민주주의’는 사실 민주정체(democracy)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러한 민주정체가 존속하려면 법의 지배, 신체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그리고 온전한 선거권 보장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국 정치사에서 보면 이러한 조건들이 위협을 받을 때 국민들은 어김없이 들고 일어났다. 비록 노골적인 패트리사이드(patricide·국부살인) 민주주의의 길로 나아간 것은 아니었지만, 4·19 혁명의 기억은 그 이후 한국정치사의 고비마다 국민적 저항으로 발현되었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국가를 수립하고, 그 길에서 20세기 최고의 신생국가 성공사례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절대빈곤이라는 말은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다. 단지 상대적 박탈감과 이를 기준으로 하는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극복의 과제로 놓고 있을 뿐이다. 그러는 사이에 자칭 사회주의자들이 현 정부에서 판치고 있다. ‘지라시’ 사회주의 정도로 국가를 경영할 수 있다는 엉터리 자신감의 근거는 무엇일까.

그건 그렇다 치자. 선거결과를 둘러싸고 연일 과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블랙시위’가 신문과 방송에는 제대로 보도조차 되지 않는 것이 오늘날 한국의 현실이다. 중앙선관위가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겠다고 벌인 ‘개표시연’은 오히려 현행법상 불법인 ‘전자개표’의 의혹만 더 키운 꼴이 되었다. 선관위 직원은 노트북에는 와이파이(wifi)기를 탈거했다고 애써 설명했다. 그리고 소위 투표분류기에 송수신기가 부착되어 있지 않다는 종래의 주장과는 달리 이는 부착되어 있었고, 다만 소프트웨어로 이를 무력화시켰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중앙선관위는 설명했다. 그리고 국가기관인 중앙선관위를 믿어달라고도 했다. 그럴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은 유튜브를 통하여 생방송되었지만, 공중파 방송과 종편에서는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선거는 국민이 스스로 지배하기 위하여 정부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주권적 행위이다. 자유, 보통, 직접, 비밀이라는 선거의 원칙은 털끝만큼도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스탈린의 언급’을 들지 않더라고, 투표도 중요하지만 개표도 그 못지않게 중요함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과 한국 국민들이 개표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면, 민주국가의 정부기관은 성실하게 이를 청취하여 그 장비와 운영체계 소스코드를 공개하고, 각종 개표기 오작동 사례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그 재현을 통하여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아무런 이상 없이 작동하는 개표기를 보여주기 위한 ‘시연회’는 이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답과는 거리가 멀다. 독일의 사례에 대한 숙고를 권고한다.

민주주의선거에서 유권자의 투표보다 더 결정적인 것은 ‘개표하는 자’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과정이 정당해야만 민주주의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만들 수 있다. ‘선거불복종 프레임’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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