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호도.  통도사제공

양산 통도사 성보박물관
28일까지 옻칠 민화 특별전
민화의 한국적 이미지에
옻칠문화 결합한 새 장르로
금강산도·일월오봉도 등
성파 스님 작품 100점 선봬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는 연합행사가 대부분 취소됐다. 하지만 마음의 안식처를 찾아 산 속 사찰을 찾아가는 발길은 예년보다 오히려 더 늘어난 듯 하다. 불전에 들어 기도와 수양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지만, 친근한 미술과 함께 모든 것이 마음 속에 깃들어 있다는 부처의 가르침을 되새기면 어떨까.

양산 통도사 성보박물관에서 특별한 옻칠 민화들을 볼 수 있다. 지난달 29일 통도사 성보박물관에서 개막한 ‘통도사 옻칠 민화 특별전’은 통도사 방장 성파 스님의 작품 1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금강산도’ ‘일월오봉도’ ‘연화도’ ‘책가도’ ‘문자도’ ‘화조도’ 등 다양한 민화를 선보인다.

스님의 민화는 물감 대신 옻칠을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1983년 옻을 사용한 작품으로 개인전을 처음 연 이후 국내외에서 옻과 불교미술을 접목한 전시도 10여 차례 열었다.

▲ 화조도. 통도사제공

지난 2014년 한국미술관에서 열린 옻칠민화전에서는 삼성미술관 소장 ‘금강산도’의 이미지를 옻칠그림으로 표현한 병풍으로 인기를 끌었다. 원화가 가로 6m인 것을 12m로 확대해 그렸음에도 ‘금강산도’ 이미지에 옻칠로 견고성을 강화하고 백색 돌가루를 뿌려 까칠하고 두툼한 질감을 나타내 백색 금강산 일만이천 봉우리를 탄생하며 감동을 두배로 자아냈다.

이같은 옻칠민화는 민화의 한국적인 이미지와 사찰의 옻칠문화를 결합시킨 새로운 장르다. 성파 스님은 불교미술에 뿌리를 둔 우리 민화가 진정한 한국화라고 여긴다. 19세기 정조 사후 사찰경제가 심각하게 어려워지면서 설 자리를 잃은 불모(불상·불화를 그리는 사람)들이 민간에서 그리기 시작한 것이 민화의 출발이다. 이후 민화는 어느 한 곳에서만 머문게 아니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유행하는데, 이 것이 바로 사찰의 불화 제작 및 교육 과정이 민간에서도 그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성파 스님은 “오래된 사찰에는 우리 ‘민화’가 ‘민화’라고 불리기 훨씬 이전 시대에 그려진 민화가 많이 남아있다. 통도사 여러 전각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백년 전 그 때의 벽화들은 민화가 불교와 인연이 깊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민화에는 중생 교화의 부처님 가르침이 들어 있다. 민화의 속뜻을 알면 불교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의 말처럼 박물관을 벗어나 통도사 경내를 거닐다보면, 수백년 전 건물 외벽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의 호랑이가 까치를 바라보는 벽화 ‘까치호랑이’, 거북이 등에 올라 용궁으로 가는 토끼를 그린 ‘별주부도’ 등 민화풍의 그림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전시는 통도사 성보박물관 1층 기증유물실과 2층 기획전시실에서 28일까지 이어진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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