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추진 중인 ‘게놈 기반의 바이오헬스산업 특구’ 지정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일차적으로 중소벤처기업 분과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오는 22일 열리는 정부 1차 심의와 30일 특구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의 최종 심의가 남았다. ‘게놈 기반의 바이오헬스산업’은 울산이 제조업 중심 3대 주력산업의 성장정체를 딛고 산업다각화를 통한 미래지향적 산업도시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하고도 확실한 분야다. 반드시 규제자유특구 지정에 성공해야 한다. ‘게놈 기반의 바이오헬스산업’은 규제자유특구가 아니면 사실상 한계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놈 분석에 있어 세계적 권위의 박종화 교수를 비롯한 많은 연구자들이 있는 UNIST 덕분에 울산은 일찍이 게놈(Genome)산업에 뛰어들어 우리나라의 확고한 선두주자다. 울산시와 UNIST가 손을 잡고 울산을 게놈산업의 허브로 만들자는 비전을 담아 ‘게놈코리아선언’을 한 것이 2015년이다. 그 때 시작된 ‘울산 1만명 게놈’은 올 연말이면 완료된다. UNIST 게놈산업기술센터는 지난달 28일 한국인 1000명 게놈빅데이터를 공개하기도 했다. 게놈은 유전자와 염색체의 합성어로 유전체라고도 한다. ‘울산 1만명 게놈’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수집한 유전체 1만개의 해독과 분석을 통해 한국인에 최적화된 정밀의료산업의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다. 게놈을 ‘바이오 반도체’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문제는 게놈을 단순히 연구산업에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무궁무진한 게놈산업화이다. 반도체나 IT기술처럼 광범위하게 인간사회를 이롭게 하는 분야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울산시와 UNIST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해 바이오기업과 연구개발기관을 집적시켜놓더라도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본과 인력 등의 인프라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생명윤리법에 의한 규제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생명윤리법은 게놈을 통해 수만개의 유전체를 같이 보는 유전체 검사와 개인의 유전자 검사를 혼용하고 있다. 마치 생명윤리를 무시하는 것인양 오해하는 것이다. 신기술, 신제품의 지역혁신 성장사업이나 지역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 특례 등이 적용되는 ‘규제자유특구’ 지정이 절실한 이유다.

영국은 500만 게놈사업을 진행 중이고 미국과 중국도 100만 게놈사업을 하고 있다. 일본과 영국 등은 규제가 거의 없어 이미 연구의 영역을 넘어 출산유전자검사, 암진단, 질병예방에 쓰이고 있는 수준으로 진행됐다. 세계는 이미 게놈산업화시대에 있다. 갈 길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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