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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김상곤의 살며 생각하며
[김상곤의 살며생각하며(6)]호기심호기심은 과학발전의 원동력이지만
기술이 오히려 타인 권리를 침범해
개인 윤리·제도가 필요한 시대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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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02  21: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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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곤 전 울산시감사관

인간의 삶은 종교나 과학으로도 그 본질을 설명하기 어렵다. 어떤 종교는 세속적인 삶을 고통의 바다라고 여기며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서 근원적인 깨달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서구 문명을 대표하는 또 다른 종교는 인간의 삶을 원죄의 대가라고 인식한다. 그래서 속죄를 통해서 구원을 얻어야 신의 나라인 천국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정신과학자 프로이트는 삶은 인식되지 않고 숨겨진 충동과 인식하는 자아와의 갈등과정이라고 해석한다. 삶의 현상은 근본적으로 ‘애매모호함’과 ‘호기심’이라는 심리적 태도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하는 철학자도 있다.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의 이야기다. 살아온 경험이나 지금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비추어보면 삶에 대한 종교적인 거대담론보다는 하이데거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경우가 많아진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아도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나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명확한 인식이나 태도를 갖추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그저 순간순간 닥쳐오는 욕구나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서 눈치껏 살아왔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기쁨을 추구하고 슬픔을 해소하는 일에서도 진심으로 바라는 일들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기보다는 그때그때의 사정이나 감정에 의지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다보니 생각과 판단도 확고한 신념이나 윤리적 바탕위에서 이루어 지지 못하고 자잘한 욕심과 적당히 타협하는 애매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신의 과오에 대해서는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명백한 자세와 태도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때로는 힘든 일이기도 했지만 공동체의 유지나 사회윤리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이 지켜야할 기본적일 의무이자 가치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자세는 개인에게 요구되는 덕목이기도 하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나 집단일 경우에는 한층 높은 수준에서 견지 되어야 함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집단이 가져야할 사회적 책임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특히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애매한 변명과 태도는 그들을 신뢰한 많은 사람들을 실망하게 만들고 있다. 개인이나 집단이나 책임은 명확해야 한다. 더구나 인간의 슬픔이나 아픔을 위무하려고 목적을 정할 경우에는 애매한 태도나 행동은 또다른 아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호기심이 과학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또 호기심은 하이데거의 설명과 같이 한 대상에 깊이 천착하지 못하고 순간순간의 변화를 추구하면서 가벼운 느낌으로 살아가는 인간의 속성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시기가 되어서도 삶의 대해서 깊이 관조하기보다는 작은 호기심에 의지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다. 한곳에 몰입하지 못하고 마주치고 스쳐가는 것들을 끊임없이 바꾸어 가는 것을 삶의 기쁨으로 여기며 산다.

주위를 돌아보면 이러한 호기심이 혼자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틈만 나면 휴대폰의 세상 속으로 빠져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스스로 반성도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그 속에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만족시키는 독특한 사건과 경험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또 타인에 대한 이러한 관심이 파편화된 현대인들 간의 소통이나 심리적 연대에도 그리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호기심의 대상이 타인의 건강한 체험이나 진술이 아니고 한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이나 숨기고 싶은 기억들이 될 경우에는 타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사태를 야기한다.

더구나 현대의 통신기술은 인간의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다양한 수단을 이미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호기심의 영역을 무한대로 확대하도록 부추이기도 한다. N번방 사건은 현대인의 무분별한 호기심과 통제되지 않는 미디어가 만들어 낸 새로운 형태의 사회악인 것이다. 인간의 주요한 속성인 호기심을 억제하기는 쉽지 않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그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개인적 윤리와 제도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김상곤 전 울산시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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