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보다 외로움이 더 힘들어”

경로당·복지관 개관 기약없어

사회적 단절속 우울·불안 호소

▲ 울산시노인복지관 입구에 휴관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장기화로 노인들이 갈 곳을 잃고 공원 등을 배회하고 있다. 3달 가까이 문을 걸어잠근 경로당과 복지관은 여전히 개관 시점이 불투명한 데다 사회적 단절이 장기화되면서 노인들은 우울과 불안까지 호소하고 있다.

2일 찾은 남구 달동문화공원. 점심시간이 지나자 머리가 희끗한 노인들이 하나 둘씩 그늘 밑의 벤치를 찾아 모이기 시작했다. 거동이 불편해 보행카트를 끌고 공원을 찾은 노인들도 여럿 있었다.

김모 할머니는 “집에 있으면 갑갑해서 공원에 자주 나온게 된다”면서 “집에서 공원까지 15분 정도 걸리는데 운동도 되고 오는 길에 주운 불법광고물을 갖다주면 돈도 준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의 손에는 불법 명함 광고물이 수십장 들려 있었다.

김 할머니보다 조금 늦게 나온 최모 할머니는 “공원에 오면 말동무할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어 자주 온다”며 “그동안 노인복지관에 다니며 외로움을 해소하곤 했는데 신종코로나 때문에 못 간지 오래됐다”고 했다.

공원 한 켠에 마련된 카페 앞 파라솔 밑에는 할아버지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처음 두 명이서 두던 바둑은 금새 구경하는 노인들이 꽤 많이 모였다.

박모 할아버지는 “어디든 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왔는데 갈 곳이 없어 결국 이 곳 바둑 두는 곳이나 탁 트인 장소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노인은 “이제는 감염되는 것보다 외로운 게 더 힘들다. 요즘은 참 힘들고 서글프다”고 말했다.

이들 노인들은 신종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사회적 단절은 물론 우울감과 불안감까지 호소한다. 복지관과 경로당이 문을 닫으면서 관련 복지 프로그램과 무료급식 프로그램도 중단됐고 노인들은 기약없는 개관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는 처지에 놓였다.

울산시에 따르면 총 75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13곳의 노인복지관은 지난 2월부터 임시휴관중이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3달 가까이 돼가고 있지만 재개관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시 관계자는 “면역력이 약한 고령 노인들에게는 신종코로나가 치명적인 탓에 복지관이나 경로당 등 여가시설은 재개관 시점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복지부에서 관련 지침이 내려와야 하는데 방역당국과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보니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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