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함께 끌어가는 도시 되기엔
전반기 시정은 공감대 이끌지 못해
후반기엔 시민 맞춤형 서비스 필요

▲ 신형욱 사회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져다준 달라진 일상은 막막하다.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일상을 던져준 코로나지만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많다. 물량공세에도 꺾여진 화살표의 방향은 계속 아래를 향한다. 우한 폐렴이 말 그대로 우환 덩어리가 됐다.

울산은 여기에 우환이 한개 더 겹쳐있다. 총선이 끝나면서 검찰발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가 확산되고 법정 시시비비 가리기가 본격화됐다. 진실 공방이 벌써부터 혼란스럽다. 지리한 논쟁이 이어질 것이고 울산시민의 상처는 곪아가겠지만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시민들의 표심이 도적질 당했는지는 시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소송전에 시정의 차질은 염려스럽다. 울산경제는 주력 제조업 추락에다 코로나까지 덧입혀지면서 호흡기를 달아야 할 상태다. 리더십 공백이 생긴다면 울산으로선 최악이다.

위기의 울산경제 속 울산형 뉴딜이 횟수를 늘려가며 심폐소생에 나서고 있다. 뉴딜인데 낯이 익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기존 정책이나 사업의 재탕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인구 117만명, 연간 예산 3조원 규모의 울산의 현실이다.

결국 시정의 방향성이 관건이 아닐까 싶다. 6월로 민선 7기의 전반기가 끝난다. 전반기에 대한 시민의 평가는 부정적이고 박하다. 한 여론조사기관의 17개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월별 직무 수행 지지도에서 송철호 시정은 최하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다. 소통을 강조한 송 시장으로선 낙제 성적표다.

충분히 예측가능했는데도 대비하지 않은 아쉬움이 크다. 민선 7기 초반 시행착오에 대한 반성 없이 전반기를 보낸 것이 뼈아파 보인다. 취임 초 시립미술관 건립 방향성 논란으로 여론을 갈랐고, 부유식해상풍력단지, 크루즈산업, 북방경제협력 전진기지 울산, 국제환경영화제 개최 등 각종 정책사업은 시민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했다. ‘시민과 함께 하는 울산’을 내걸었던 취임사 문구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검찰발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수사도 시정 운영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탈권위 행보와 경제자유구역 지정, 산재공공병원 유치, 선도적인 코로나 대응 등 충분히 평가받을만한 성과도 있었지만 묻힌 느낌이다.

울산의 한 원로인사는 울산 행정에 대해 “선택과 집중이라는 점에서 방향성이 다소 모호하고 소통없는 밀실행정과 충분한 검토 없는 졸속행정도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반기 시행착오에 대해 인사에서 원인을 찾는 시각이 많다. 송 시장은 속칭 캠코더(선거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로 별정직과 개방직 대부분을 채웠다. 일부 경력 미비와 전문성 등 자격논란은 개의치 않은 듯했다. 들어온 어공 중 일부는 늘공과 불협화음도 초래했다. 소통을 중시하는 송 시장의 철학이 캠코더 인사들에게선 찾아보기 힘들었다는게 대체적 평가다. ‘판사는 판결로 말하고 인사권자는 발령으로 말한다’는 관가의 격언은 무시된 듯했다.

송 시장은 취임 첫 해 시민의 날에 “시민이 도시 중심임을 선언하고, 시민과 함께 이를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앞선 2년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같은 선언이 허언이 안되려면 이달 말 단행될 후반기 첫 인사가 중요하다. 임기 초와 같은 인사 실패가 되풀이된다면 송철호 시정은 총체적 실패로 끝날수도 있다는 염려다. 송 시장도 새로운 인물을 물색중이다. 대변인을 비롯해 정무·노동특보, 다른 별정·개방직 인사 등의 추가 교체 가능성도 언급된다. 시민을 바라보는 인사여야 송 시장의 철학이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배어들 수 있다.

“대시민 소통 강화를 통해 시민들이 불편을 느끼는 과제를 발굴하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이용자 중심의 선제적,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원로의 조언에 충실할 수 있는 인사를 기대해본다. 신형욱 사회부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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