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본부 미가동·주민대피 불발

적재물 특성 파악에 시간 걸려

폭발사고 초기대응에 어려움

인명구조·진화작업은 성공적

소방본부, 사고대응 자체 평가

백서로 남겨 현장대응 제고키로

▲ 지난해 울산 동구 염포부두에서 발생한 석유제품운반선인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폭발사고.

경상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9월28일 울산 염포부두에서 발생한 대형 선박 폭발화재 사고와 관련해 당시 재난대책본부가 가동되지 않은데다, 사고 초기에 선박 적재물 정보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받지 못해 적재물질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려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소방당국의 내부 평가가 나왔다.

울산소방본부는 염포부두 폭발사고와 관련해 당시 현장 대응 활동에 대해 자체 평가와 이를 바탕으로 개선할 방안을 담은 ‘울산 염포부두 선박 화재 대응백서’를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

백서는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폭발사고 당시 소방당국의 대응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으며, 이로 인해 현장 소방 활동 일부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고 적시했다.

당시 선박 대형 폭발화재 직후 긴급구조통제단에서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을 요청했으나 가동되지 않았고, 이후에도 재차 가동해달라는 요청 또한 없었다.

또 인근 지역주민 안전을 위한 대피 판단 유보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다. 소방본부는 선박 화재폭발로 인해 독성물질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는 범위를 파악해달라고 울산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에 요청했지만, 파악이 늦어지는 사이 화재를 진압하면서 주민 대피 명령은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화학물질과 관련된 사고의 경우 선박 적재물 정보가 바로 소방당국에 전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보 전달이 늦어져 소방당국이 적재물질이 무엇인지, 또 특성은 어떻게 되는지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선박 탱크가 폭발하고 화재가 발생한 상황에서도 소방당국과 해경이 협업해 46명 선원과 5명 하역 근로자를 안전하게 전원 구조했다고 기록했다. 또 소방과 해경은 초기에 여러 척의 방제함 등을 투입해 해상과 육상에서 입체적으로 공동대응해 선박 폭발을 막았고, 울산 특수화학구조대는 소방 드론을 활용해 입체 작전을 펼쳤고, 화학분석차로 실시간 유해화학물질을 측정하고 상황을 전파했다.

백서는 향후 선박 폭발화재 대응을 위한 보완 사항으로 대형 사고 시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요청, 사고 현장 인근 주민 안전을 위한 신속한 대피 명령, 위험물 적재 선박에 대한 신속한 정보 수집과 전파 등을 꼽았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선박(특수) 화재 대응에 적합한 소방정 등 장비 도입 정책과 현장에 효율적인 전술을 개발해 현장 대응 능률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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