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로 일자리 지속적 감소 등
코로나 극복 한국형 뉴딜 보완 필요
사회적 논의 거쳐 상생 비전 담기를

▲ 나종만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학장

정부는 6월1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한국판 뉴딜’ 구상을 제시했다. 한국판 뉴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고용안전망을 강화하면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사업을 2대 축으로 총 76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55만개를 창출하려는 프로젝트이다.

디지털 뉴딜은 5G,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첨단 산업을 통해 스마트 일자리와 관련 산업분야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사업이다.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생태계 강화 △디지털 포용 및 안전망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SOC 디지털화라는 4가지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린 뉴딜은 저탄소 녹색산업을 통해 환경위기에 대응하고 관련 사업 분야에 일자리와 투자를 늘리는 사업이다.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이라는 3가지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판 뉴딜의 취지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할 수 있는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해 선도형 경제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 글은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에 보완될 필요가 있는 몇 가지 문제들을 검토해보기 위한 것이다.

첫째는 디지털 뉴딜과 관련된 일자리 문제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취업자 수가 크게 줄어들어 고용쇼크가 본격화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바로 디지털 뉴딜이다. 그런데 디지털 뉴딜은 로봇화, 스마트화, 4차 산업혁명기술 등과 연결되어 있어서, 추진될수록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보다 사라지는 일자리가 많을 것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직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디지털 뉴딜에 의한 일자리들은 고도의 교육과 직업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및 훈련기관들의 시설과 장비에 대한 혁신적 투자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관련 전문가들도 상당수 충원되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디지털 뉴딜과 연결된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대면 산업을 육성하면 기존 서비스 산업이 약화될 것이고 이에 따른 일자리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필연적이다.

둘째는 그린 뉴딜과 관련된 환경위기 대처 문제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개발에 의한 생태계 파괴와 연관되어 있다. 미세먼지와 산업폐기물이 폭증함에도 불구하고 환경파괴적 개발과 화석연료 사용은 감소되지 않고 있다. 물론 그린 뉴딜 사업을 추진하면서, 위기에 빠진 기업에 고용안정에 부가해 환경 조건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그렇다고 그린 뉴딜 사업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핵심 목표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주지하다시피 기후위기에 대한 한국의 대응 노력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국판 뉴딜에는 경기부양과 일자리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녹색 구상’이 강화되어야 한다.

셋째는 코로나 사태 이후의 새로운 삶의 방식 문제이다. 코로나는 여전히 위력을 잃지 않고 있고, 그 영향력도 장기화, 구조화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 글로벌리즘과 집단주의 쇠퇴, 양극화 심화, 재택근무와 원격 교육의 일상화 등이 새로운 생활표준(뉴노멀)이 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출현하고 있는 이 새로운 세계의 삶의 방식에 대한 구상과 대처방안이 한국판 뉴딜에 담겨야 할 것이다. 정부는 향후 추가과제를 보완·확대하여 오는 7월 중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확정·발표할 예정인데, 문재인 대통령도 “훨씬 더 포괄적이고 큰 스케일로, 긴 구상을 담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코로나 위기와 새로운 현실에 대처하기 위해서, 또 예견된 사회적 갈등과 환경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소통 활성화를 통해 우리 모두가 ‘함께 행복한’ 삶의 방식을 창조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활발한 사회적 논의를 통한, 혁신적 포용과 상생(相生)이라는 새로운 삶의 비전과 정책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담기길 기대한다. 나종만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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