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차장

최근 GW일반산업단지 시행사가 울산시에 산단기본계획 변경을 신청하고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당초 기계류를 중심으로 5개 업종을 유치할 계획이었고, 온양 주민들은 대승적 차원에서 동의해 산단 조성이 시작됐다.

그러나 시행사는 사업 도중 산단기본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입주 업종에 폐기물 매립업종은 물론, 공해 유발 의심 업종도 다수 포함됐다. 주민 반발은 당연지사였다. 주민들은 시행사가 부진한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산단기본계획 변경을 추진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산단기본계획 변경은 울산시 손으로 넘어갔다. 울산시가 이를 승인할 경우 해당 업종에 대한 분양이 가능해지는데, 이후 일어날 문제는 선례를 통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울주군 상북면에 길천일반산업단지 2차2단계 부지를 조성한 시는 2016년 7월 지역 업체인 영종산업에 아스콘공장 부지를 분양했다. 저조한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다환방향족 탄화수소류, 즉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의 유발 가능성이 높은 아스콘 업종을 유치한 것이다. 시는 신공법을 적용하면 공해물질 배출 차단이 가능하다는 업체의 말을 믿었고, 문제가 생길 경우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특약까지 삽입한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계약 이후 약 4년이 지난 현재, 시의 산단 분양 담당자는 “당시에 (발암물질 배출에 대한)불안한 마음이 있었으니 단서 조항을 둔 것 같다”고 설명하고 있다. 애초에 업체의 신공법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가 없었다면 아예 분양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어야 했다.

이후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시가 산단 부지를 분양했지만 오염물질 배출에 따른 주민 삶의 질 저하 등을 우려한 군은 건축 허가를 불허했고, 행정소송 항소심이 벌어지고 있다. 광역 지자체는 공장 설립을 용인하고, 기초 지자체는 설립을 불허했다는 점에서 행정의 신뢰는 이미 상실됐다. 행정의 엇박자에 주민과 업체 모두가 피해자로 전락한 셈이다.

만약 울산시가 GW일반산단 시행사가 제출한 산단기본계획 변경을 승인할 경우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시는 유해 업종 유치를 승인하더라도 전례 상 군은 건축 허가를 불허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입주 계약을 체결한 업체들은 영종산업과 같은 길을 걸을 테고, 수 년에 걸친 지루한 소송을 피할 수 없다.

군이 승소한다면 화살은 시로 돌아가 다시 소송전이 재개되는 등 결국 지자체는 업체의 손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업체 역시 승소하더라도 그동안 입은 피해를 100% 보상받지 못할 확률이 높다.

만약 시가 GW일반산단 기본계획 변경을 승인한다면, 군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필요하다. 단순히 시행사나 입주업체의 말만 믿고 만약의 사태를 간과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산단 입주업종 확대에 대한 승인권은 시가 갖고 있지만 향후 파장을 감안한다면 이 과정에서 군과 신중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이춘봉 사회부차장 bong@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