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울산시 중구와 울주군에 걸쳐 조성중인 다운2지구 공동주택건립사업이 법적 기준에 따른 홍수방어등급 상향 조정도 없이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9일 공개한 감사자료에 따르면 울산시와 LH가 척과천 인근에 들어서는 다운2지구 사업과 관련해 하천기본계획 관련 협의를 적정하게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담겨 있다.

울산은 지난 2016년 9월 태풍 차바 때 혹독한 물난리를 겪었다. LH가 조성한 우정혁신도시 아래쪽에 자리한 태화·우정시장 일대 300여개 점포와 노점이 대부분 물에 잠기고 사망자도 발생했다. 그 피해의 원인이 바로 혁신도시 우수저류조의 부실 조성에 있다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울산시민들이다. 그런데 또다시 LH가 울산에서 대규모 공동주택건립사업을 하면서 하천기본계획 협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중구와 울주군 일원 186만6000㎡에 공동주택 1만1000여가구를 건립하는 다운2지구사업의 2001년 지구계획 수립 때 홍수방어등급은 C등급이었다. C등급은 홍수빈도를 50~80년으로 본다. 그런데 2009년 지구계획 승인을 받을 때는 농경지가 상업시설로 변경됐다. 따라서 홍수방어등급을 100~200년 빈도의 홍수를 방어해야 하는 B등급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 그런데 LH가 이후 부동산 경기를 이유로 사업을 미뤘다가 2015년 재추진하면서 시와 협의조차를 진행하지 않고 바로 착공한 것이다. 울산시는 뒤늦게 하천기본계획 변경·수립을 추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뒷북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울산시보다 더 문제는 LH다. 엄연히 설계변경이 발생했으면 하천기본계획도 함께 변경하는 것이 기본이다. 공기업인 LH가 시민들의 안전보다 잇속을 더 챙기겠다는, 장삿속이라고 밖에 할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울산시민들은 이곳에 대규모 주택이 들어설 경우 척과천이 범람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을 수없이 해왔다. 다운2공공주택사업부지는 척과천 하천구역 1만2686㎡를 포함하고 있다. 사업부지가 척과천의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누구나 알만한 뻔한 일이다. 그럼에도 LH는 홍수방어등급 상향 조정은커녕 척과천 정비조차 울산시에 미루고 있다. 사업부지에 직접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이번 감사원의 지적을 수용해 LH와 울산시는 하천기본계획 관련 협의를 반드시 다시 해야 한다. 이때는 가장 엄격한 기준으로 원칙을 지키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운2지구가 완성되면 척과천 범람의 우려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일대에서 벌어질 교통대란도 여간 걱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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