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아동 폭력·학대 증가세
자녀 발달단계별 부모교육을 통해
사랑으로 훈육하는 환경 만들어야

▲ 박혜원 울산대학교 교수·보육교사교육원장 한국아동학회 회장

가정의 달 5월이 지난 지 며칠 되지 않아 우리는 가정에서 이뤄지는 아동학대 사건들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난 1일 9살 아이가 여행가방 안에 갇혀있다 끝내 숨졌다는 뉴스를 접한 우리는 가슴이 먹먹했다. 또 9일에는 “잘 키우려고”“집을 나가지 못하게 교육하려고” 어린 아이의 지문을 지우려 했다는 의붓아버지의 사례가 또다시 신문을 장식하였다. 이 두 사건은 모두 의붓부모에 의한 학대사례지만 사실 아동학대 사례의 대부분은 의붓부모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바로 친부모에 의한 학대이다.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 사례 건수가 2014년 사상 처음 1만건을 넘어서는 등 해마다 증가세라고 밝혔다. 가해자는 부모인 경우가 전체의 81%로 압도적이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아이들이 가정에 머물게 됨에 따라 가정에서의 학대와 방임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세이브더칠드런, 아시아 어린이권리연합, 플랜 인터내셔널, 월드비전 인터내셔널 등 7개 국제아동구호기관은 이미 지난 4월말 공동성명을 내고 아시아국가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사례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하며 아동보호방안을 촉구하였다. 이들 아동구호기관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실직 등으로 인한 경제적 스트레스와 양육 스트레스가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실제 코로나19가 확산한 2~3월 가정 내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8% 증가했고 인도·싱가포르 등에서도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급증했다고 보고되고 있다.

우리 모두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훈육을 위해 회초리를 들던 부모님을 기억한다. 그 매는 사랑의 매로 불렸다. 사랑의 매는 눈물을 억누르며 내리는 체벌이다. 이성적이며 절제된 행동이다. 실제 부모의 체벌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한국 부모들의 체벌이 자녀들에게 사랑의 매로 해석되고 있다. 부모자녀 관계도 돈독하며 무엇보다 이런 엄격한 부모의 한국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고 기타 문제행동도 적은 것에 놀라워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근 한국사회에서 신문에 오르내리는 부모의 학대는 사랑의 매가 아니라 감정조절이 되지 않은 폭력이다.

부모의 학대는 자녀에게 어떠한 결과를 낳는가? 여러 연구에서 부모의 공격성은 자녀에게 점차 폭력에 정서적으로 무감각하게 만들고 공감능력을 떨어뜨리며, 결국 모든 사회적 관계에서 적절히 반응하지 못하고 공격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고 보고된다(Sturge-Apple, Davis, & Cummings, 2006).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폭력에 노출된 아동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폭력적이 되는데 이러한 경향은 평생 유지된다는 사실이다. 특히 어려서 학대받은 아동은 부모가 되었을 때 아동학대를 하게 되는데, 그 아동학대가 대물림 된다는 것이다.

부모도 자격증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부모교육을 입법화하고 예비부모 교육, 자녀의 발달단계별로 부모역량을 키워주는 것에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어린이집, 육아종합지원센터, 학교 등에서 좋은 부모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정작 교육을 받아야 하는 취약한 계층의 부모들은 참석하지 않는다. 필요성을 못 느끼거나 시간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부모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수년간 검토되었지만 입법화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좋은 부모교육 프로그램은 부모로 하여금 아동의 발달적 변화에 맞추어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사랑과 통제를 동시에 하는 것이 무엇이며 일관성이 있고, 긍정적인 대안을 알려주는 훈육방법을 훈련시켜 준다. 무엇보다 자녀의 연령별 발달특성과 이러한 발달에 맞는 양육기법을 알려주고 있다.

예로 ‘미운 두 살’(Terrible two: 한국 나이로 서너살) 시기에는 아이가 스스로 걷고 의사표현이 가능해지면서 말을 듣지 않는데, 부모는 자녀가 말 안듣는 것에 화를 낼 것이 아니라 흐뭇해 하라고 지도해 주어야 한다. “우리 아이가 이제 자기 주장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부모교육을 통해 부모들의 역량이 강화되어 가정에서 아이들을 올바로 사랑하고 훈육할 수 있어야 아동학대를 줄일 수 있다. 이러한 부모역량은 하루아침에 키워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교육과 연습을 통해 몸으로 익혀야 언제든 실천가능하다.

박혜원 울산대학교 교수·보육교사교육원장 한국아동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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