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현 울산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지도사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며, 국민의 호국보훈의식 및 애국정신을 함양하기 위한 달을 의미한다. 청소년들은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거다. 하지만 괜찮다. 사실 제대로 의미도 모르면서 빙그레 웃으며 넘기는 어른들도 많다. 믿어도 좋다. 그 중 하나였던 사람으로서 단언할 수 있다.

호국(護國)이란 나라를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보훈(報勳)이란 공훈에 보답함을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 나라를 지키는 분들에게 마음으로 보답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어렸을 적 나에게 이야기 했다면 분명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나라가 나에게 해준 것이 무엇인데, 내가 왜 마음까지 써야하느냐고. 틀린 말 하나 없다. 나라가 나에게 해준 것이 무엇이 있는지 피부로 느낄 일이 없었다.

그러다 나이를 먹어 스무살이 되었고, 자연스레 껍데기만 어른이 되었다. 그 해의 6월도 무의미하게 보내고, 다음 해의 6월도 딱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해 11월23일이 왔다. 2010년 11월23일은 특별할 것 없는 날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세상이 온통 시끄러워졌다. TV, 라디오, 휴대폰 어디라고 할 것 없이 긴급속보를 전했다.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고,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곳에 포탄을 무려 100여 발을 발사했다고 했다. 현실감이 없었다. 그 와중에 번뜩 전방에 있던 친구가 생각났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며칠 뒤, 친구에게 전화를 받았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쉬지도 못하고 계속 긴장 상태를 유지하며 만전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애써 걱정되는 마음을 숨기며 친구에게 이야기했다. 나라 지키느라 고생이 많다고. 그런데 그때 친구가 이렇게 얘기했다. 나라는 무슨, 가족이랑 친구 지키려면 여기 있어야지. 그 말이 잊히지 않는다.

사실 나라가 나에게 해준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는, 도대체 왜 나라에 몸 바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먼저였던 것 같다. 나라를 지키는 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그런 숭고한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마음으로 보답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친구의 그 말은 영웅들의 속내를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라가 아니라 내 가까운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희생하는 것. 각자가 지니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모이고, 모이고, 모이면 그게 결국 한 나라가 된다. 반대로, 나라가 나뉘고, 나뉘고, 나뉘면 그게 결국 내 소중한 사람들이 되는 것이었다. 나라를 위한다는 것, 별 거 아니면서 대단한 거였다. 마음으로 보답한다는 것, 한 번도 못 해본 것이면서 늘 하던 것이었다.

다들 그런 계기가 생겼으면 좋겠다. 나라가 나에게 무엇을 해주었고, 누가 나라를 지키고 있을까. 생각해보자. 지금 같은 시기에는 좀 더 쉽게 떠올릴 수 있겠다. 안전안내문자, 재난지원금 그리고 감염병과 싸우는 의료진, 기부와 봉사 실천자 그렇게 나라라는 울타리가 느껴지게 되면, 그 울타리를 세우기 위해 바닥부터 틀을 닦으신 분들도 천천히 알아보자. 그러면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이 드는데, 그게 바로 얼굴도 모르는 분들을 향한 고마움일 것이다.

아직 청소년이라고, 어리다고 해서 호국보훈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나라를 위해 희생을 하는 분들에게 고마움을 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그리고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마침 올해는 광복 75주년이다. 이번 6월 뿐 아니라, 8월에도 나라를 위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이벤트가 많을 것이다. 어려워하는 친구들을 위해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울산 중구 서동에는 삼일충혼비라고, 3·1운동 기념비가 있다. 그곳을 방문하여 마음으로 보답하고, 인증샷을 찍어 SNS에 게재해 보자. 아직까지 나라를 지켜주시는 호국영령들도 새로운 방식의 호국보훈에 익숙해져야 한다. 혹시나 인증샷을 찍는 와중에 또래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면, 조심스레 엄지를 세워주자. 세상에 몇 안 되는 호국보훈이 뭔지 아는 ‘진짜’니까. 6월이 어떤 달인지 아는 ‘진짜’니까.

김재현 울산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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