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수필 울산 북구의회 의원

울산 북구 주민은 핵발전소가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설 때부터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행정으로부터 침묵을 강요당했다.

현재에도 핵발전소로부터 반경 20㎞ 안에 22만명이 거주하면서도 국가로부터 안전할 권리와 보호받을 권리에서 배제되고 무시당하고 있다. 이에 북구 주민들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 걸쳐 핵 발전과 관련된 시설로부터 안전할 권리를 요구하는 행동을 했다.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던 월성핵쓰레기장 추가건설 찬반 주민 투표라는 것을 주민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이번 울산 북구 주민투표에는 5만479명이 참여했으며 4만7829명(94.8%)이 압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표는 주민의 권리와 안전을 스스로 지키겠다는 마음이다. 주민을 무시해 온 정부와 산업통상부의 태도에 대한 저항이다. 한 마디로 주민의 위대한 승리라 할 수 있겠다.

이번 투표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투표가 아니라서 선거인명부, 예산, 인력, 투표소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열악한 조건에서 이뤄낸 22만명이 살고 있는 자치구에서 거둔 기적 같은 성과다. 열악한 조건 탓에 투표에 참여할 수 없었던 주민들에게는 너무나 아쉽고 송구스런 마음이 그지없다.

주민투표 과정에서 주민과의 만남과 투표 결과를 보면서 북구 주민들 마음속에 그동안의 부당함과 억울함이 쌓여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자원봉사자들은 주민투표 청원서명과 동의서명을 받으면서 주민들로부터 매일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 “코로나 정국에서 되겠냐”는 등의 우려와 불신을 보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극복했다.

주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가가호호 방문 주민투표 동의 서명을 받았는데 당초에 이런 방법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한 순간에 사라졌다.

연일 계속되는 홍보와 서명운동에 “우리 아파트에는 왜 안 오느냐?” “아파트 게시판에 붙일 전단과 방송할 내용을 달라”는 요구가 매일 들어오면서 주민투표 참여 동의서명에 4만3000명이 참여했다.

투표에 어떻게 참여하면 되느냐는 질문이 빗발쳤고 신분증이 없어 투표 당일 투표를 할 수 없다는 말에 실망하고 항의하는 분들도 많았다.

반면 주민등록등본을 발급해 오거나, 주민등록증을 가지러 다시 집으로 가는 주민들의 모습은 감동이었다. 그러한 주민들의 행동 하나 하나가 투표의 성사와 승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주민을 무시하는 산업통상부와 한수원의 오만방자함에 맞선 이번 북구의 주민투표 승리 뒤에는 주민들의 참여뿐만 아니라 울산과 전국 시민 단체의 연대가 있었으며 울산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름다운 연대로 이뤄낸 승리인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위험 당사자인 북구주민들을 배제하고 무시하며 추진하고 있다.

민관기관에 위탁해 모집한 549명의 시민참여단만을 대상으로 일방적이고 형식적이게 공론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위험의 당사자인 주민의 권리를 짓밟는 행위다.

정부는 이제라도 북구 주민의 의견을 겸허히 수렴해서 재검토위원회에서 추진 중인 엉터리 공론화를 백지화하고 정부 차원에서 전 국민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전 국민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

북구와 북구의회는 법적 효력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시간을 내서 한 표를 행사한 노부부와 같은 북구 주민들의 마음을 구민이 보내는 명령으로 알고 책임 있는 자세로 핵 쓰레기 양산의 주범인 월성 2, 3, 4호기 조기 폐쇄까지 주장하고 앞장서 실현해야 할 것이다. 임수필 울산 북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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