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부·친모 투신 등 자해시도

9살 여아를 3년 넘게 폭행하거나 학대해 공분을 산 ‘인면수심’ 부부의 가혹한 학대행위는 올해 초부터 정도가 심해졌다.

A(9)양은 올해 1월께 계부(35)·친모(27) 및 의붓동생 3명과 함께 경남 거제에서 창녕으로 이사 왔다.

A양은 혼자서 다락방에 살았으며 집 안에서도 감금된 상태였다. 식사도 하루에 한 끼만 줄 때가 많았다. 친모는 글루건과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을 이용해 A양 발등과 발바닥을 지져 화상을 입혔다. 쇠막대기로 온몸과 종아리에 멍이 들 만큼 폭행하고 물이 담긴 욕조에 가둬 숨을 못 쉬게 하기도 했다. A양이 말을 듣지 않으면 테라스에 동물처럼 쇠사슬로 목을 묶어 자물쇠로 잠그는 방식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계부·친모가 자행한 끔찍한 학대는 지난달 29일 A양이 맨발로 거주지인 4층 빌라 베란다 난간을 통해 비어있는 옆집으로 넘어가 도망치면서 끝났다.

계부·친모는 집을 나가겠다고 반항한다는 이유로 탈출 이틀 전부터 A양 목에 쇠사슬을 묶어 베란다 난간에 고정해두고 방치했다. 밥을 먹거나 화장실에 갈 때만 쇠사슬을 풀어줬다. 탈출 당시 집에는 친모와 의붓동생들만 있었고 계부는 없었다. 잠시 쇠사슬이 풀린 틈을 타 A양은 베란다 난간을 통해 외벽을 넘어 옆집으로 이동했다. 목숨을 건 ‘지옥 탈출’ 이었다. 잠옷 차림에 맨발로 빌라 밖까지 나온 A 양은 도로를 뛰어가다 한 주민에게 발견돼 경찰에 신고됐다.

A양은 이 주민에게 ‘집에 가기 싫다. 큰아빠·큰엄마한테 데려다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부터 2년 동안 지냈던 위탁가정이 있는데 이곳을 ‘큰아빠·큰엄마네’라고 표현한 것이었다.

수개월 동안 고문 수준의 학대를 견뎌야 했던 A양 몸 상태는 처참한 지경이었다.

눈에 멍이 들고 손가락에는 심한 물집이 잡혀 있고 신체 여러 곳이 심하게 다치거나 훼손되는 등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이 밖에 다수의 골절 및 상처 흔적이 있었으며 심한 빈혈 증상도 있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연계해 A양을 병원에 입원시킨 경찰은 지난 2일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4일 계부를 상대로 1차 조사를 마무리했으며 5일 압수수색을 통해 학대 도구로 의심되는 다수 물품을 확보했다. 압수품은 프라이팬 외 쇠사슬, 자물쇠, 플라스틱 재질 막대기 등 10개 안팎이었다.

친모는 조현병을 앓고 있다며 경찰에 조사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친모는 거제의 한 신경정신과에서 4년 전부터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1년간은 약을 먹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8일에는 법원으로부터 임시보호명령을 받아 A양의 계부·친모와 의붓동생 3명을 분리보호했다.

계부·친모는 이에 반발해 자신들의 주거지에서 신체 일부를 자해하거나 4층 높이에서 투신하려 했다. 경찰의 신속한 대처로 이들은 생명에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추가적인 자해, 자살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일단 응급 입원 조처했다.

계부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아이가) 집 밖으로 나간다고 하길래 나갈 거면 너 지문이 있으니 달궈진 프라이팬에 손가락을 지져라(고 했다)”며 학대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지문이 있으면 조회 등을 통해 다시 집에 돌아올 수 있으니 아예 지문을 없애라고 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