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객사 복원을 추진한다. 객사를 복원하되 일부 건물의 지하공간을 미술관과 주차장으로 활용하겠다고 한다. 객사 복원과 미술관 공간 확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울산시는 결과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 달렸다며 문화재위원회를 설득해보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이 있다. 다름아닌 울산 객사를 어떻게 복원할 것이며, 복원 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지역사회의 충분한 논의다.

울산객사 부지는 100여 년 전부터 울산초등학교로 이용돼왔다. 시립미술관을 짓기로 하고, 교사를 이전철거하는 과정에서 객사의 유구가 드러났다. 문화재청이 유구보존을 결정하는 바람에 미술관 건립부지를 바로 옆에 자리한 북정공원·중부도서관 쪽으로 옮겼다. 객사 부지는 지금까지 방치돼 있고 일부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객사 부지는 지리적으로 원도심의 중심이다. 면적도 1만2000여㎡나 된다. 주위로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원도심의 미래에 동헌-미술관-객사로 연결되는 이 공간이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객사를 복원하거나 또는 현상 보존을 하거나 어떻게든 활용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지만 섣불리 결정할 일은 아니다.

객사(客舍)는 조선시대 왕을 상징하는 전패(殿牌)를 모시던 곳이다. 이 곳에서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대궐을 향해 예를 올렸다. 외국 사신이나 중앙에서 내려오는 관리들의 숙소로도 사용했다. 관리는 이곳에 머물면서 교지(敎旨)를 전하기도 했다. 그래서 객사는 관찰사가 일을 보는 동헌보다 격이 높았다. 울산읍성의 중심이었던 울산 객사는 1597년 정유재란 때 소실됐다가 1667년 중건됐다. 학성관과 제승문, 남문루 등으로 50여칸이나 돼 경상좌도에서 가장 으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객사 전체를 복원해서 마치 오래된 문화유적처럼 고이 모셔두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객사를 복원해 미술관 전시관(별관)으로, 남문루를 미술관 정문으로 활용하는 등 현실적으로 사용가능한 복원을 제안하는 전문가의 목소리도 있다. 또 새 건축물을 지어 유구를 덮어버리는 복원 보다 조선시대 건축의 원형인 유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는 문화재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어느 쪽이든 울산미술관의 ‘소장품 1호’로 손색이 없어야 한다.

지난해 공원조성 사업을 하다가 울산읍성의 유구도 발견됐다. 새로 짓는 미술관과 도서관, 그리고 동헌과 객사 부지를 어떻게 융합하면 울산읍성의 역사성을 오늘에 되살릴 수 있을지 종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판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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