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광우병 사태·조작선거 논란
표현의 자유 무한확장이 빚어낸 재앙
종국엔 역사의 법정서 심판 이뤄질 것

▲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거짓말이 곧 범죄는 아니다. 하지만 도덕적으로 비난받는다. 자라면서 거짓말하지 말고 정직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양치기 소년과 늑대’의 이솝우화는 거짓말의 부메랑을 잘 보여준다. 동화이지만 ‘거짓말하면 점점 코가 길어진다’는 피노키오 이야기는 재미있는 은유다. 거짓말을 하려면 기억력이 좋아야 한다. 전에 무슨 말을 하였는지 기억해야 계속 거짓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기억연대(약칭 정의연)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의 후원금 사용 등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과 관련하여 거짓말 논란이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인권을 위한 정의연 활동을 둘러싸고 의혹이 불거져 나온 것은 답답한 일이다. 의원과 할머니들간의 진실 공방은 결국 후원금 유용이나 부동산 거래 등의 불법 여부에 대한 수사로 판가름날 것이다.

범죄 수사에서는 혐의를 받는 사람이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경우 증거로 입증할 수 밖에 없다. 거짓말이 방어권으로 활용되고 사실 왜곡이 일어나기도 하며 증거 수집의 한계 등으로 인하여 사법적 진실은 실체적 진실과 합치하지 않을 때가 있다. 객관적 사실은 하나인데 가끔 거짓이 사실로 굳어지기도 한다.

거짓말 범죄중 대표적인 것은 남을 속여서 금전적 이익을 얻는 사기죄다. 거짓된 증언이나 범죄 신고, 허위사실 유포로 타인의 명예나 신용의 훼손 또는 위계로써 업무나 공무를 방해하는 경우 위증, 무고, 명예훼손(또는 신용훼손), 업무방해(또는 위계공무집행방해)죄 등이 성립한다. 형법외에도 여러 법률에 ‘허위, 거짓, 사위의 방법’ 등으로 탈세하거나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업무를 부정하게 처리하는 행위에 대한 벌칙이 있다. 부정한 재산적 이익을 추구하는 범죄에는 항상 근저에 거짓말이나 거짓이 깔려 있다.

범죄를 구성하지는 않지만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는 거짓말이 있다. 글로써, 말로써, 일로써 거짓을 만들거나 방송 등에서 사실 왜곡이 이루어지는 경우다. 진실에 충실해야 할 언론이 오용되면 거짓은 음습하게 자란다. 곡학아세나 현대판 혹세무민도 있다. 이들의 폐해는 범죄 못지 않게 크다. ‘뇌송송구멍탁’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사태나 정상적으로 치러진 선거를 선거때마다 조작선거로 몰아가려는 행태 등은 현대판 혹세무민이 아닐까. 표현의 자유의 무한 확장이 빚어내는 재앙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고대인들조차도 공동체의 유지를 위하여 거짓말은 철저히 배격하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유명한 함무라비 법전에 ‘만약 어떤 사람을 사형에 처할 만하다고 하여 고소하고도 이것을 입증할 수 없다면 고소한 자를 사형에 처한다’는 내용이 있다. 타인을 음해하는 무고행위를 엄하게 처벌한 것이다. ‘거짓말도 자꾸 하면 진실이 된다’고 하지만 특정 이념의 전술일 뿐이다. 작은 거짓말을 하면 범죄가 되지만 큰 거짓말을 하면 권력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거짓말을 자주 하면 양심불량자가 되고 신용을 잃게 되며 처벌받을 수가 있다. 거짓말을 하면서도 자기 확신으로 인하여 거짓말하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위선과 내로남불은 거짓의 정점에 해당한다.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반드시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과장, 허언을 넘어 가짜뉴스, 음모론이 곳곳에 있지 않는가. 분간할 수 있는 지력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에 눈을 감아버리거나 주관이 개입하면 거짓과 사실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거짓말이든 범죄든 아니면 대중을 속여 거짓의 성채를 쌓는 현대판 혹세무민이든 그 심판은 1차 사법의 영역에서, 종국에는 역사의 법정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모든 사람을 일시적으로 속이거나 소수의 사람들을 오랫동안 속일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없다’는 링컨의 말은 언제나 유효하기 때문이다.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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