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주 사회부 기자

지난해 모방송에서 방영된 ‘씨름의 희열’이란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으로 씨름 열풍이 불었다. ‘씨름의 희열’ 공개 녹화에는 방청 신청이 6000건 이상 쏟아졌고, 파이널 경기 표는 예매 시작 직후 몇 분 사이에 완매됐다. 씨름 경기를 생방송이 아닌 자료화면에서나 더 자주 봤던 현실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관심이다.

씨름의 인기몰이 소식에 울산 동구 ‘돌고래 씨름단’이 오버랩됐다. 그 당시만 해도 돌고래 씨름단은 재정난으로 해체 이야기가 나온 상태였다. 울산은 씨름의 본고장이었다. 태화강 백사장을 따라 씨름장이 들어섰고 경기가 열릴 때면 울산 전역에서 벌떼마냥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씨름 선수들은 전국대회에서 입상하면 ‘장군’이라는 칭호를 받았는데 당시 울산에는 장군이 한 둘이 아니었다.

돌고래 씨름단은 현대중공업의 코끼리씨름단이 해체된 이후 울산에 유일하게 남은 씨름단이다. ‘울산 씨름’의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씨름단 해체 이야기가 매년 나오면서도 동구와 울산시, 시체육회가 씨름단의 명맥을 어떻게든 이어가고자 전전긍긍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장군이란 칭호는 더이상 사용하지 않지만 돌고래 씨름단에도 장군급의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 나가는 대회마다 상을 휩쓸어오는 돌고래 씨름단의 성적은 전국에서도 손을 꼽는다.

지난해 10월 동구가 세수 부족으로 인해 더이상 씨름단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울산시에 공식 통보한 뒤 시는 씨름단의 존치를 위해 울주군 이전을 추진했다.

시체육회 등은 울주군만큼 씨름 종목과 지역의 특성을 연계하기 좋은 지역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씨름이란 울산의 전통 스포츠와 울주군의 전통옹기축제를 함께 연계하는 방안부터 씨름대회 유치나 개최를 통해 전국 선수단 방문시 경제 효과 창출 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씨름의 희열’이 종방한 지 4개월 시즌2를 제작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울산 유일의 돌고래 씨름단은 울주군으로의 이전 추진 계획이 알려진지 6개월 만에 해체 우려가 제기된다. 씨름은 우리 민족의 고유문화라는 점에서 인기와 별개로도 명맥을 유지하고 계승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울산은 문화도시를 표방하며 당장 내년 전국체전이 열리기도 한다. 울산시와 울주군이 대승적 결단 속에 역시 씨름 하면 울산이란 전통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김현주 사회부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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