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장금철·軍 동시에
융단폭격식 ‘말폭탄’
비난 수위 점차 높여
文 대통령 정조준하기도

 

북한이 17일 오전부터 남한을 향해 거친 막말을 융단폭격식으로 내리꽂으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남북관계 파국을 이끄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아예 작심하고 ‘말폭탄’을 하는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북한군이다.

남한의 합동참모본부에 해당하는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6시께 대내용 라디오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 군대 전개, 비무장지대 초소 진출, 접경지역 군사훈련, 대남전단 살포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조금은 점잖아 보였던 표현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을 전하며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연락사무소 폭파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며 “무맥무능한 남조선 당국자들에 의해 (연락사무소가) 오늘날 쓸모없는 집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곧이어 ‘파렴치의 극치’ 논평을 통해 전날 통일부의 성명을 거론하며 “입 건사를 잘못하면 그에 상응해 이제는 삭막하게 잊혀가던 서울 불바다 설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고, 그보다 더 끔찍한 위협이 가해질 수도 있겠는데 그 뒷감당을 할 준비는 돼 있어야 하리라고 본다”고 경고했다.

남측 땅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이 같은 위협은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때마다 북한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비치며 내놓은 표현이다.

불바다 발언은 1994년 7월 특사교환을 위한 남북실무접촉에서 북측 박영수 단장이 “전쟁이 나면 서울은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협박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이어 2017년에도 서해상 사격훈련을 비난하며 ‘서울 불바다’ 위협을 꺼내 들었고 앞서 2015년 북한군 전선연합부대 공개담화를 통해 “남조선 괴뢰들은 너절한 삐라 몇 장 때문에 통째로 불바다에 직면할 수 있다”고 위협한 바 있다.

특히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오전 7시께 담화를 내면서 막말과 욕설에 가까운 비난은 극에 달했다. 특히 이 비난은 문재인 대통령을 정조준해 거침없는 막말을 퍼부었다.

김 제1부부장은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뻔뻔함과 추악함이 남조선을 대표하는 최고 수권자의 연설에 비낀 것은 참으로 경악스러운 일”이라며 “마디 마디에 철면피함과 뻔뻔함이 매캐하게 묻어나오는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넥타이를 빌려 맨 것을 꼬집으며 “상징성과 의미를 애써 부여하느라 했다는데 내용을 들어보면 새삼 혐오감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은 “연단이나 촬영기, 마이크 앞에만 나서면 마치 어린애같이 천진하고 희망에 부푼 꿈 같은 소리만 토사하고 온갖 잘난 척, 정의로운 척, 원칙적인 척하며 평화의 사도처럼 처신머리 역겹게 하고 돌아가니 꼴불견을 혼자 보기 아까워 우리 인민에게도 좀 알리고자 오늘 말 폭탄을 터뜨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장금철 통일전선부장도 담화를 내고 청와대를 맹비난했다.

장 부장은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감히 그 누구를 위협하는 따위의 가소로운 입질까지 해대고 있다”며 이번 만은 체면 유지가 절실했던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김여정 제1부부장,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담화와 인민군 총참모부 발표는 이날 북한 전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 2면에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진과 함께 나란히 실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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