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의 모습을 기억하세요

▲ 송성환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랫동안 잘 사는 분들은 다른 비결이 있나요?”

진료실을 찾는 부부가 이렇게 묻는다. 대답 대신 부부에게 전하는 어느 노부부의 사례가 있다.

당시 필자는 치매 증세로 내원한 칠순 넘은 여성과 면담하고 있었다. 상당히 진행된 치매 증세를 보이는 사람을 평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손짓발짓 써가면서 평가하는 중에도 필자가 알아차릴 만큼 인상 깊은 누군가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 옆에서 긴 시간 동안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그녀의 남편이었다. 진료를 마치며 필자는 남편에게 질문했다.

“아버님. 왼쪽 목에 담 걸리셨어요?”

“아니요. 선생님. 왜요?”

“아니 그렇게 아내가 사랑스러우세요? 옆에 있는 아내에게서 눈을 떼질 못하시네요.”

“(웃음) 제가 그랬습니까? 선생님?”

“네. 그렇게 긴 세월을 함께 하셨는데 여전히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는 비결이 있으세요?”

“비결이요? 딱히 비결은 아니지만 선생님은 제 아내가 칠순이 넘은 여자로 보이나요?”

“네.”

주저함이 없는 내 대답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그게 제 비결이네요. 저는 지금도 아내를 보면 처음 다방에서 만난 아내 모습이 보입니다. 시간이 흘러도 제 마음속에 담긴 그때의 아내 모습은 그대로 남아 제 눈 앞에 펼쳐집니다.”

남편의 사랑스러운 눈빛에 대한 의문은 그렇게 풀렸다. 오랜 결혼 생활의 비밀은 여기에 있었다. 기억을 잃은 아내는 남편을 그저 동네에 사는 착한 아저씨로 여기지만 말이다.

현재의 모습이 변한다고 해도 우리 마음에는 함께 했던 과거 기억이 생생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토록 화려했던 그 날의 아름다움이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마음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에 대한 감정 또한 그 사람이 떠난다고 해서 우리 마음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다. 이는 당신과 당신의 배우자가 서로를 기억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아버님의 마음속에 젊은 시절의 아내 모습처럼 말이다.

지금 당신 곁에 있는 배우자를 유심히 바라보는 시간이 일주일에 몇 번 정도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척박한 삶 속에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사는 건 아닐까? 아내가 나를 기억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있을까? 내가 아내를 기억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보다 부부에게 서로를 기억하고 사랑할 시간은 길지 않을 수도 있다.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사는 부부의 비결은 이것을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의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것이다.

“얼마나 오래 당신을 사랑할까요? 하늘에 별들이 떠 있는 한, 가능하다면 더 오랫동안.”-영화 ‘어바웃 타임’ 중에서.

송성환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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