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은 몰입을 유도한다. 몰입은 중대한 순간 혹은 위기 상황에서 발휘되는 인간의 진화적 기능이다. 어떤 일에 몰입하는 순간 궁극의 최선이 발휘되며 덕분에 위기상황을 극복한다. 이때 시간의 흐름은 순식간이다. 반대로 몰입이 붕괴되면 시간의 흐름은 지루하게 느껴진다. ‘칙센미하이’의 몰입이론이다. 코로나의 시간이 점차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도 코로나의 위협으로부터 유도된 몰입이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는 놀라울 만치 다양한 미생물이 있으며, 좋든 나쁘든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아는 것은 미미한 수준이다.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더구나 병원성이 없는 대다수의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다. 질병을 일으키는 것만이 연구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생물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무생물도 아니다. 살아 있는 세포 밖에서는 그저 불활성 물질에 불과하다가도 세포 안에 들어오면 여느 살아 있는 존재들처럼 격렬하게 증식한다.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훨씬 작고, 너무 미세해서 일반 현미경으로는 볼 수도 없다. 아주 작은 미생물이라는 현대적 의미의 바이러스라는 용어는 1900년에야 등장했다. 예전에는 모든 바이러스가 질병을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나쁘지 않은 바이러스도 많다는 것이 밝혀진 바다. 수 십 만종으로 추정되는 바이러스 중에서 포유동물에 감염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것은 586종에 불과하며, 그중에 263종만이 사람을 감염시킨다(빌 브라이슨, 바디: 우리몸 안내서. 까치글방 2020).

위기적 상황에서 안정을 회복하는 것을 적응이라고 한다. 적응은 시간에 비례하여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심리적 현상이다. 적응은 두려움을 종식시킨다. 두려움이 사라지는 순간 위협은 성가신 자극으로 전락하고 몰입은 붕괴된다. 두려움에 대한 실존적, 심리적 느낌이 이렇게 변하는 것은 결국 시간의 경과에 따른 적응 때문이다. 위협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는데 심리적 태도만 달라진 것이다.

최근(2020년 6월9일) 뉴질랜드와 몇몇 국가는 마지막 한명의 환자까지 무사히 회복됨으로써 마침내 코로나 청정국가가 되었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지만, 무더워진 계절 앞에 코로나의 시간은 하루가 삼년(一日如三秋)처럼 길게만 느껴진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