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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발언대
[발언대]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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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18  23: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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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민정 울산 울주군의회 의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인터넷 검색창에 ‘9살 아동학대’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벌어진 의붓아버지와 친모의 아동학대에 관한 내용이 주요 골자다.

사건 발생지인 창녕군에 이사 오기 전부터 무려 2년간 학대를 당했다는 아홉 살 어린이는 부모의 학대를 피해 탈출한 뒤 맨발로 걷다 주변을 지나던 어른에게 발견되었다. 아이를 처음 발견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한 여성은, 자신도 자녀를 키우는 엄마로써, 아이를 보는 순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했다고 설명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아이 스스로 세상에 뛰쳐나와 살려달라 외친 뒤에야 비로소 알아차린 못난 어른들. 복지 사각지대 곳곳을 누비며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못난 어른의 파렴치한 만행에, 아이는 세상을 향한 신뢰 대신 부모에 대한 두려움부터 배웠을 것이다.

매일 극한의 공포와 마주해야 했던 이 어린 생명은, 얼마나 두려웠을까? 아이가 죽음을 무릅쓴 탈출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사태가 이 지경이 되기 전에 사회가 먼저 나서 보호해 줄 수는 없었을까? 해법 없는 고민만 거듭하며 수수방관하는 사이, 흔한 현실이 돼버린 ‘아동학대’라는 이름은 어느새 우리 사회에 섬뜩하게 내려앉았다.

때만 되면 등장하는 아동학대 사건은 울산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해 6월 필자는 의회 본회의장에서 아동학대예방에 관한 5분 자유발언을 했었다. 2013년 칠곡계모사건이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을 무렵, 같은 해 10월 울주군에서도 계모의 상습적인 학대로 아홉 살 여아가 숨진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아이는 “친구들과 소풍가고 싶다”는 말을 했을 뿐이었지만, 평소 학대를 일삼아 왔던 계모가 이에 격분하여 머리와 가슴을 주먹과 발로 때려 숨지게 했던 슬프고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왜 이토록 처참한 사건이 계속 이어지는 것일까. 2018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2001년에 비해 10배 증가한 2만4000건으로, 가해자의 80%는 놀랍게도 ‘부모’였으며 그 중 10%는 사건 이후 다시 아이를 학대했다. 울산시는 서울시와 경기도 안산시에 이어 아동학대발생률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 아동학대예방에 관한 현실적 제도 정비가 절실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매년 아동학대사건이 늘어나고 사망사례가 잇따르는 근본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원가정 보호 원칙’의 안이한 적용을 꼽았다. 학대신고가 접수된 뒤에 아동을 보호 해주기는커녕, 도리어 학대가 이뤄졌던 가정에 돌려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피해를 키운다는 것이다. 원 가정으로 돌려보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지 여러 각도에서의 판단을 시도해야하며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면 일단 분리조치 하여 추가 조사를 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라 조언한다.

또한 창녕군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피해 아동은 이미 지난 1월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e아동행복시스템에 고 위험군으로 등록됐는데 한 번도 방문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이 시스템은 장기 결석이나 영유아 건강검진, 국가예방접종 기록 등 공적 정보 41종을 분석해 아동학대 가능성이 큰 아동을 추린다. 지자체는 분류된 명단을 토대로 방문조사를 한다. 하지만, 코로나 여파로 올 1월 이후 방문은 중단됐다. 코로나로 인해 아동학대예방 사각지대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자녀는 훈육의 대상이 아니다. 사랑으로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다.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그릇된 정서 아래 오늘도 소중한 미래가 하나둘 스러지고 있음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아이는 감정이 아닌 이성과 사랑으로 키워야 한다.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써 존중해 주어야 한다. ‘아동학대예방’이라는 당연한 명제 아래, 가정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 사이에 얽힌 실타래를 풀려는 객관적인 시선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그 연약한 생명을 위협할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부여되어 있지 않다.

경민정 울산 울주군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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