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세련 아동문학가

익숙한 것은 편안하다. 자주 읽는 작가의 작품이 그렇고 자주 입는 옷도 마찬가지다. 늘 하던 일은 쉬엄쉬엄해도 시간이 절약된다. 시행착오도 거의 없다. 새로운 것은 반대의 개념이다. 설레지만 낯설고 어색하다. 그만큼 긴장되고 조심스럽다. 때로는 시행착오로 인해 일이 틀어지기도 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오래된 사랑은 편안하고 익숙한 만큼 처음의 감정이 희석되기 마련이다. 때때로 무료하고 지루해서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사랑이 식어버렸다는 낭패감이 들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생겨난 새로운 만남은 자극이 될 만큼 짜릿하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프랑수아즈 사강/민음사)는 묵은 연인과 새로운 연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서른아홉 여자의 이야기다. 주인공 폴은 실내장식가로 로제와는 오랜 연인 사이다. 더는 다른 사랑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폴과 달리 로제는 다른 여자들과의 일탈이 일상이다. 그런 시점에 나타난 시몽은 폴보다 열네 살이나 어린 청년이다. 젊고 매력적이면서 폴에게 아주 헌신적이다.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 듯 설레고 짜릿한 날들. 한순간 시몽의 구애에 흔들리던 폴은 그러나 결국 익숙함을 선택한다.

폴을 향한 시몽의 접근방식은 고전적이나 우아하다. 이 책의 제목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시몽의 첫 데이트 멘트다. 폴은 물론 독자까지 가슴이 설레게 하는 질문이다. ‘차 한 잔 하실래요?’나 ‘시간 있어요?’처럼 진부하지 않다. 어딘지 상대를 높이는 듯하다는 건 나만의 느낌일까? 어느 정도는 로제의 일탈에 지쳐가던 폴이었다. 그날이 그날 같은 권태와 나른함을 한순간 정리하게 할 정도의 신선함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망설이는 폴. 결국은 시몽의 구애를 거절하고 로제에게로 돌아선다.

새로움도 곧 익숙함이 된다. 또 다른 지루함을 수반한다. 살아온 세월이 깨우쳐 준 지혜다. 그러나 사강은 시몽의 나이로 살면서 폴의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조금의 억지스러움도 없이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공감시킨 스물네 살 사강의 이야기를 덮으며 중얼거려 본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시몽의 질문과 달리 말줄임표에 숨긴 사강의 감성을 더듬자니 아직도 설렌다. 장세련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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