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진 울산광역시 행정부시장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21세기를 ‘위험사회’라고 정의했다. 위험사회란 위험이 사회의 중심적 현상이 되는 사회이며 우리가 대비할 수 없는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사회이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위험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안전도시의 국제표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UNDRR(국제연합 재난위험경감사무국) MCR 캠페인의 방재안전도시(롤모델도시)이다.

울산은 남북 경계에 원전이 위치하고 있고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단지가 입지하여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안전 환경에 놓여 있다. 울산시는 이러한 지역적인 단점을 극복하고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안전도시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고, 그 결과 국내 2번째, 전 세계 51번째로 방재안전도시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방재안전도시 인증으로 울산시는 경제자유구역 지정과의 시너지 효과로 국내외 투자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UN 등 여러 국제기구 및 재난안전 선도도시들과의 교류·협력체계 마련으로 국제도시로 발전하는 계기와 도시 이미지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울산시는 2014년 MCR 캠페인에 가입해 기후변화와 재난에 강한도시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울산지역 실정에 맞는 지진방재종합계획을 전국 최초로 수립하였고, 산업단지 안전관리 마스터플랜, 자연재난저감종합계획수립 등 도시의 특성을 반영한 재난안전 정책을 세웠다. 또한, 태화강을 중심으로 ICT기반 실시간 모니터링 및 시설제어·관리시스템을 구축하여 스마트안전도시의 모범이 되어왔다.

UNDRR 사무국은 울산시가 이러한 장점들을 도시발전의 역사와 접목하여 ‘태화강의 기적’이라는 타이틀로 스토리텔링한 것을 높이 평가하였으며, 경제성장, 환경복원, 재난위험경감의 모델을 개발도상국에 전파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또한 재난위험경감 및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지식, 경험, 기술을 공유하고자 하는 교류·협력의 의지를 인정하여 롤모델 도시로 선정하였다.

울산시는 MCR 캠페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재난안전 분야 선진도시들과의 도시 복원력 향상을 위한 교류·협력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영국 그레이터맨체스터와는 재난위험경감을 위한 우호협력 증진과 관련 기술 및 경험의 공유를 통해 양 도시가 희망하는 안전도시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MOU를 체결하였다. 그리고 ‘재난위험경감을 위한 글로벌 플랫폼(GP 2019; Global Platform for Disaster Risk Reduction)’에 참석하여 울산시의 재난경감 우수사례를 홍보하고 ‘공식성명(Official Statements)’ 발표를 통해 재난위험경감을 위한 국제협력 강화와 선도 의지를 표명하면서 국제적인 지원과 지지를 이끌어 내었다.

방재안전도시 인증으로 울산시는 외적으로는 MCR 캠페인 후발 도시에게 도움을 줄 의무를 가지게 되었고, 내적으로는 재난위험경감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더욱더 발전된 모델을 찾아가야 할 시점이 되었다.

방재안전도시 추진 경험과 지식, 기술의 전파를 원하는 국내도시뿐만 아니라 울산시와 비슷한 재난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는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도시들을 지원하고 협력하는 체계를 만들어 가야한다. 첫 번째 태화강의 기적인 경제발전 모델, 두 번째 태화강의 기적인 환경복원 모델, 세 번째 태화강의 기적인 재난위험경감 모델을 체계화·모듈화·사업화하여 필요로 하는 도시에 필요로 하는 모델을 전파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의 대응방안 중 한가지로 하위정치의 역할, 즉 시민들의 적극적인 개입을 제시하였다. 울산시가 나아가야할 방향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울산의 캐치프레이즈는 ‘시민과 함께 다시 뛰는 울산’이다. 태화강의 기적을 이뤄낸 시민참여 노하우를 바탕으로 실제 재난에 노출되어 있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시민과 함께 하는 참여모델을 발전시키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과 환경복원, 재난위험경감의 모델을 시민참여 모델로 확대하여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 세계를 대표하는 방재안전도시로 성장하여 명실상부한 세계 롤모델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석진 울산광역시 행정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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