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중후장대한 제조업을 주력산업으로 한다. 자원이 부족하고 고급인력 부족했던 우리나라는 당시 수출을 목표로 한 제조업으로 산업화시대를 앞당겼다. 그 전략은 주효했고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성장을 이루었다. 울산도 산업수도를 자처하며 부자도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울산에 주력공장을 두었던 대기업들은 연구개발기능을 수도권으로 옮겨갔고 울산에는 생산공장만 남겨두었다. 어느새 4차산업혁명시대가 닥친데다 제조업 성장정체를 겪으면서 울산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울산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산업도시의 명예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기능의 강화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울산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정하는 강소형연구개발특구를 신청해놓고 있다. 강소형연구개발특구는 좁은 면적에 과학기술 기반의 자생·자족적인 지역 혁신기반을 구축하고자 도입된 새로운 연구개발(R&D) 특구를 말한다. 울산시는 ‘미래형 전지 클러스터’를 신청했다. 유니스트를 기술핵심기관으로, 하이테크밸리와 반천일반산단을 배후공간으로 삼았다. 공사가 진행 중인 하이테크밸리만을 대상으로 했다가 이미 조성된 반천일반산단을 포함한 것은 잘한 일이다.

울산시는 강소형연구개발특구가 적용할 산업을 친환경에너지, 바이오헬스케어, 스마트 기계·부품 등 3개 분야로 잡고 있다. 강소형이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다양한 분야를 두루 포함하고 있는데다 다른 도시와 중복신청된 분야가 있기는 하지만 울산이 현재 주력하고 있는 신성장동력의 연구개발 기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연구개발특구는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

강소형연구개발특구는 이미 지난해 1차 선정됐다. 경기(안산), 경남(김해, 진주, 창원), 경북(포항), 충북(청주) 등이다. 이들 도시들은 강소특구로 지정되면서 기술사업화 자금, 인프라, 세제 혜택, 규제 특례 등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받아 연구개발에 전념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가고 있다.

이번에도 경쟁은 치열하다. 충남 천안·아산은 차세대 자동차부품 혁신클러스터 구축, 전북 군산은 친환경 전기차부품소재, 경북 구미는 스마트제조시스템 분야 테스트베드, 서울 홍릉은 디지털헬스케어메디클러스터 조성, 전남 나주는 지능형 태양광·에너지저장 중심 지역혁신생태계 조성을 신청했다.

연구개발특구 지정으로 울산이 대기업의 생산공장만 남은 도시를 탈피해 새로운 성장을 이루는 지렛대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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