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호근 울산시의회 부의장

‘공해필터권’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봤다. 필자가 생각하는 것은 역세권이 유행했다가 울산대공원이 조성된 이후 많은 도심 내 숲들이 만들어지면서 ‘숲세권’이 생기게 됐고 살고 싶은 곳으로 인기가 높다. 최근 아파트 분양광고에서도 숲과 가깝다는 내용이 교통편리보다 더 부각시키고 있다.

숲 근처 주거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나무가 걸러주는 미세먼지나 악취로부터 안전하고 숲이 만들어내는 바람으로 인해 시원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에 반해 ‘공해필터권’은 미세먼지와 악취 등 공해물질을 자연이 아닌 사람들이 마셔서 걸러내게끔 만드는 곳에 만든 주거공간이라는 의미로 생각해 냈다. 전문가들이 억지주장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역할을 하게끔 공공기관이 나서서 추진하는 곳이 있어 분통스러운 마음에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됐다.

지난해 6월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공지원 민간임대 주택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야음근린공원 이야기다. 민간임대주택 3584세대, 단독주택 88세대, 일반분양 668세대를 지어 분양한다고 한다. 이에 울산시는 공원일몰제로 오는 7월1일이 되면 자동 해제시켜 줘야 할 공원 부지를 공공 개발한다고 하며 밀어 붙이고 있는 모양새다.

야음근린공원은 지난 1962년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곳으로 동해남부선 완충녹지와 석유화학단지와 접한 공간이다. 석유화학단지로부터 불어오는 공해물질을 막아서는 완충녹지가운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녹지공원이다. 이 공원은 참으로 많은 개발 계획들로 설왕설래 되기도 했다. 한때는 팔도(八道)공원이라 하여 전국에서 온 시민들의 고향을 상징하는 공간들로 만들기 위해 계획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후 농수산물시장 이전 부지로 되었다가 산업도로로 인한 진출입 안전문제와 공단 공해와 폭발 등으로 농수산물시장이 제 역할을 못한다 하여 부적합지역으로 무산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농수산물시장 상인들도 영업시간만 근무하게 되고 손님들도 잠깐 물건 사기 위해 올 뿐인데도 공해와 안전문제로 건립이 안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똑같은 자리에 24시간 이상 머물러 생활해야 하는 주거공간을 공공기관이 나서서 추진한다는 것은 그 아파트로 들어와 살 수 밖에 없는 서민들에게 공해물질을 나무대신 숨 쉬면서 걸러내라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래서 ‘공해필터권’ 역할을 서민들이 할 수 밖에 없겠다는 간절함이 생겼다. 필자는 그 어떠한 이해관계도 없는 시민대변자로서 말하고 싶을 뿐이다.

시흥시 시화공단을 가로질러 중앙완충녹지가 있다. 길이가 4㎞에 달한다. 주거지와 공단 사이에 폭 넓은 숲이다. 걷기행사는 물론 자전거도 타고 공연도 하는 곳이다. 공단 가까이에 있지만 숲세권이 만들어진 셈이다.

야음근린공원이 그런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태화강역에서 걸어 여천고개 쪽으로 넘어 오는 숲길이 만들어지고 한쪽으로는 울산도서관으로도 갈 수 있는 숲 속 길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떠한가. 야음동도 공단으로부터 진정한 숲세권을 가져볼 수 있도록 만들어 줬으면 한다. 그리고 야음근린공원은 공영방송사 송신탑이 자리하고 있어 당장 해제된다고 해서 급격한 개발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런 부지들은 우선 매입해서 숲세권을 만들어 나무들이 공해필터가 되도록 행정이 나서야 한다. 임대아파트는 다운·척과쪽 공영개발 대단위 주거단지에 충분히 여유롭게 확보했으면 한다. 국민 누구나 쾌적한 삶을 살 4대 의무가 헌법에도 명시돼 있는 것처럼 공해필터권으로 서민들을 몰아내지 말았으면 한다.

고호근 울산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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