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여름이 되고 태풍이 올 때면 우리는 종종 기상청에서 헥토파스칼이라는 말을 듣는다. 기압을 나타내는 용어다. 파스칼은 1㎡에 1뉴톤의 압력이 가해지는 것을 말한다. 헥토는 그리스어로 ‘100’을 뜻하며, 약 1013 헥토파스칼이 1기압이다.

여기서 파스칼은 ‘사람은 생각하는 갈대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17세기 프랑스의 수학자이며 물리학자이고 철학자인 블레즈 파스칼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17세기에는 과학자들 사이에 ‘진공’이 큰 관심거리였다.

토리첼리는 진공을 실험하기 위해 한 쪽이 막힌 1m의 유리관에 수은을 가득 채워 공기가 들어가지 못하게 한 다음, 수은이 있는 다른 그릇에 유리관의 다른 한쪽이 잠기도록 세워놓는 실험을 한다. 진공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으면, 시험관의 수은이 그대로 있어야 하나, 수은 기둥은 약 76cm의 높이를 이루면서 그 윗부분에 진공이 생겼다. 이 실험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가 누르는 힘이 수은 기둥 76cm가 누르는 힘과 동일하다는 것이 밝혀진다. 토리첼리는 높은 산에서 기압이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파스칼과 그의 매형인 페이에가 증명했다. 그는 또한, 유체정역학에 기초인 ‘파스칼의 정리’도 발견했다. 그는 십대 초반에 근래 중학교 때 배우는 ‘이항 정리’에 유용한 ‘파스칼의 삼각형’을 발견한다.

파스칼 사후에 유고집으로 <팡세 Penses>가 출간된다.‘팡세’는 ‘생각들’이라는 뜻이다. 팡세에서 파스칼은 종교를 도박에 빗대어 확률적으로 푼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모든 사람은 죽으므로 그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신이 있다고 생각하고 살다가 죽었는데, 신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그리고 신이 없다고 생각하고 살다가 죽었는데 신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파스칼은 위 경우의 득과 실을 확률로 계산하여 신이 있다고 생각하고 죽는 것이 신이 있든 없든 이득이라고 말한 재미있는 구절이 있다. ‘사람은 생각하는 갈대, 그 호흡이 코에 있는 존재’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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