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수진 울산여상 교사

유비쿼터스(Ubiquitous)는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을 말하는 용어이다. 1988년 미국 복사기 제조회사인 제록스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완벽하게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살고 있다. 교육에서도 이번 코로나-19로 유비쿼터스 교육이 시작된 것 같다.

교육부에서 온라인 개학을 발표했던 날 나는 너무 끔찍해서 화가 났다. 하지만 싫다고 안할 수가 없는 존재론적인 위치 때문에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검색했다.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밴드 라이브 수업이었다. 실시간 아이들과 소통하며 한문 수업을 진행했다. 첫 수업은 정말 떨렸지만 이후 나는 마치 유튜브의 실시간 라이브 진행자처럼 수업을 진행했고 아이들이 댓글로 반응하면 더 신나서 채팅까지 해가며 진짜 즐거운 수업을 했다.

라이브 수업 탓인지 등교 첫 날 ‘선생님 저 누구누구에요’하며 ‘그때 그 수업에서 이렇게 저렇게 했던 저에요.’라며 인사하는 학생이 많았다. 얼굴은 초면이지만 수업에서 그 학생의 활약을 알고 있기에 ‘너구나! 만나서 반갑다.’하며 맞았다. 와우! 이런! 온라인 수업은 화만 낼 일이 아니었다.

등교 수업은 나의 이전 수업과 달라졌다. 아마도 이는 온라인 수업이 준 통찰일 것이다. 모든 반에서 공통으로 하는 내용은 10분짜리 영상을 찍었다. 수업이 시작되면 영상을 보며 학습지를 채운다. 이후 오프라인 추가 설명을 듣고 과제 미션을 수행한다. 미션이 완성되면 검사를 맡으면서 소소한 피드백과 확인도장을 받는다. 아이들은 영상을 보는 수업은 보는 재미가 있고 집중이 잘 된다고 한다.

학교에서 가르쳐온 대부분의 지식이나 정보는 이제 기술로 1분 내에 알아낼 수 있는 ‘유비쿼터스’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직 와이파이 교실 환경은 아니지만 미션을 주고 검색을 통해 해결하게 하면 대부분 다 찾아낸다. 심지어 학생들마다 미션을 수행하는 정보 출처도 다양하고 정보를 재구성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이처럼 학습자가 변했고 학습 환경이 변했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교과목에 담긴 정보와 지식을 가르치던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내 이야기로 답을 찾아볼까 한다. 나는 최근에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했다. <어린왕자>를 프랑스어로 읽어보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였다. 프랑스어 책을 사고 공부를 시작했지만 어렵고 지루했다.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에서 ‘프랑스어’를 검색했더니 엄청나게 많은 유튜버가 프랑스어를 여러 가지 컨셉으로 강의하고 있었다. 유튜브 영상을 여러 번 반복해 듣고 그 어렵다는 프랑스어 숫자를 자연스럽게 다 외웠다. 심지어 유튜브 알고리즘은 친절하게 내게 프랑스어 관련 영상을 추천한다. 알고리즘 추천 영상은 나를 프랑스의 화장품 브랜드, 역사, 문화까지도 안내한다. 와우! 이러다가 정말 프랑스 전문가가 될 판이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오자. 지금은 나의 프랑스어 학습에서처럼 학생이 배우는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열정만 있다면 그 어떤 주제도 만나서 깊이 파고들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사는 학생이 배움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교과목을 매력적으로 가르치는 일과 배움에 열정을 태울 수 있게 불쏘시개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양수진 울산여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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