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순환 作 ‘풍경’.

부산 해운대 달맞이 맥화랑
27일~8월11일 판매소 변신
신진·청년·해외작가 등 80명
갤러리 문턱 낮추기 취지 동참
100만원 이하 가격 작품 출품

‘10만~100만원, 행복한 그림전’이 이번 주말 시작된다.

행복한 그림전은 말그대로 그림을 보면서 행복을 만끽하는 미술 행사다. 크고 작은 평면회화와 앙증맞은 조각품들이 갤러리를 빼곡하게 채운다. 그런데 작가들 이름이 낯설지 않다.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각종 아트페어나 미술잡지를 통해 한두번 이상은 들어봤음직한 인지도의 작가들이다. 그런 작가들이 수십명 씩 동시에 작품을 내놓는 자리는 흔치 않다. 그 것도 1~2년새 완성한 따끈한 신작들이 대부분. 전시장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국내외 현대미술의 최근 흐름이나 어떤 젊은 작가가 미술계를 주름잡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 디렌리 作 ‘인연의 만남’.

무엇보다 그림값이 더 만족스럽다. 작품 아래 적힌 가격표가 보는 이의 마음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 최소 10만원에서 시작되는 그림값은 아무리 비싸도 몇십만원 대에 머문다. 그리고 100만원을 절대 넘지 않는다. 수백만,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유수의 아트페어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가격이다. 그 때문에 갤러리 속 그림들을 감상하다보면 ‘나도 한번 사 볼까?’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게 된다.

맥화랑이 14년 전부터 해마다 개최해 오던 ‘10만~100만원, 행복한 그림전’이 올해도 마련된다. 부산해운대 달맞이언덕 맥화랑 공간은 해마다 이 기간만 되면 그림 판매소로 바뀐다. 올해는 오는 27일 시작 돼 8월11일까지 이어진다. 신진, 청년, 중견, 해외작가들까지 80명 작가들이 참여하는데, 그들이 내놓은 200여 점 미술작품이 갤러리를 빽빽하게 채우게 된다.

일본 작가 요시토모 나라(Yoshitomo Nara), 인도네시아 작가 인드라 도디(Indra Dodi)등 국내에 잘 알려진 해외 작가들 작품을 비롯해 감성빈, 강혜은, 김섭, 문형태, 박진성, 신철, 안윤모, 오순환, 이진이, 장이규, 조재임, 최인호, 한충석, 허문희 등 많은 팬을 거느린 작가들이 대거 동참한다.

▲ 한충석 作 ‘마음의 안식처’.

사실 작가들 입장에서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전시일 수 있다. 해마다 100만원 이하의 가격의 작품의 출품해야하니, 그에 맞춰 크기나 주제를 새롭게 해야 할 때가 적지않다. 또한 한정된 공간에 많은 수의 작품이 걸리다보니 한 점 한 점 빛을 봐야 할 작품들이 저마다의 아우라를 제대로 뿜어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작가들의 아쉬움이 클수록 이 기간 맥화랑을 찾는 발길은 오히려 해마다 더 늘어난다. 미술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갤러리를 찾는 이가 많아졌고, 요즘은 아예 이 기간에 맞춰 전국에서 부산 해운대를 찾아 올 정도다.

▲ shumu 作 ‘안녕, 코알라’

14년 전 이 전시를 처음 기획했던 장영호 갤러리 대표는 “100만원 이하의 작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를 위해 새로 소품을 제작하여 100만원 가격으로 작품을 반입해 주신다. 갤러리 입장에서는 참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이어 “애초 취지였던 ‘갤러리 문턱 낮추기’와 ‘미술품 소장의 대중화’ 효과를 조금씩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진 큐레이터는 “부담없는 가격에 예술을 사랑하는 누구나 작품 소장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자칫 어렵게 생각할 수 있는 현대미술을 대중에게 좀 더 가깝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의 051·722·2201.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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