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자필 유언장 처음 공개

“롯데그룹 발전 위해 협력하고

전사원의 행복 위해 노력” 당부

유산 분배 관련된 내용은 없어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연합뉴스
올해 1월 별세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20년 전 차남인 신동빈 회장을 후계자로 지목한 내용을 담은 자필 유언장이 일본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유언장에는 그룹 후계자 지정 외에 유산 분배와 관련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유언장은 신 명예회장의 정신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20년 전 작성된 것인 만큼 생전 생각했던 후계 구도가 명확하게 확인된 셈이라는 게 롯데그룹의 분석이다.

24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최근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일본 도쿄 사무실에서 ‘사후에 한국과 일본, 그 외 지역의 롯데그룹 후계자를 신동빈 회장으로 한다’는 내용을 담은 신 명예회장의 자필 유언장이 처음 발견됐다. 이 유언장은 신 명예회장이 2000년 3월 자필로 작성하고 서명해 도쿄 사무실 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신 명예회장 사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연됐던 사무실과 유품 정리를 하던 중 발견됐다. 유언장은 이달 일본 법원에서 법정 상속인인 네 자녀의 대리인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개봉됐다.

롯데지주는 “롯데그룹의 후계자를 신동빈 회장으로 한다는 내용과 롯데그룹의 발전을 위해 협력해 달라는 내용과 함께 롯데그룹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전 사원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라”는 신 명예회장의 유지(遺旨)가 담겨 있었다고 소개했다.

유언장에는 또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대해서는 연구개발에 참여하라는 내용도 들어있었으며 유산 분배와 관련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와 이사회가 끝난 뒤 화상회의 형식으로 이런 내용을 한일 양국의 롯데그룹 임원에게 전달했다.

신 회장은 유언장 내용을 소개하며 “더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창업주님의 뜻에 따라 그룹의 발전과 롯데그룹 전 직원의 내일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동빈 회장을 7월1일 자로 롯데홀딩스 사장과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현 사장은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이사직만 유지한다. 신동빈 회장은 이미 4월 롯데홀딩스 회장에 취임한 상태로, 7월부터 롯데홀딩스의 회장과 사장, 단일 대표이사, 이사회 의장직을 모두 맡으며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경영권을 더욱 확고히 하게 됐다.

신 회장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대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선대 회장의 업적과 정신 계승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면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롯데그룹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제기한 신동빈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의 이사 해임 안건과 정관 변경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신동주 회장은 이날 자신이 제기한 안건이 부결됨에 따라 이사 해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김창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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