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한반도에 날씨전쟁이 시작됐다. 매년 여름, 차고 습한 공기덩어리와 덥고 습한 공기덩어리가 세력 다툼을 하며 한반도에 걸쳐 남북으로 오르내리며 비를 뿌리는 장마철이다. 지난 10일 제주도에 첫 장맛비를 뿌리며 시작된 올해 장마는 관측 이래 2011년과 동일하게 가장 빠르다. 평년보다 10일 정도 빠른 것이다. 하지만 장마전선이 오랜기간 제주 남쪽 먼해상에 머물다가 이제야 힘을 받아 북상하면서 남부지방은 평년보다 하루 늦게, 중부지방은 평년 이맘 때에 걸맞게 장맛비가 시작됐다.

장마가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장마기간 내내 비 내리는 날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3~4일간은 지루하게 비가 오는 듯 하다가 한여름 강한 볕을 내리쬐며 더운 여름날을 가져오기도 한다.

여름철에는 무엇보다 집중호우에 주의해야 한다. 2000년 이후 6~7월 평균 강수량은 528.2㎜로 90년대에 비해 100㎜ 이상 늘고, 강수 일수도 4.6일 증가했다. 6~7월 강수 못지 않게, 8~9월에도 장마철처럼 장대비가 쏟아져 ‘오뉴월 장마’란 말이 무색하기만 하다. 연강수량 중 절반가량이 여름철 장마에 집중되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 10년 동안 한반도의 여름철 강수패턴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집중호우(集中豪雨) 형태의 비가 자주 내리고 있다. 시간당 50㎜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린 횟수는 1970년대(1973~1980년) 46회에서 2010년대(2011~2017년) 75회로 1.6배 증가했다. ‘집중호우’는 ‘짧은 시간에 좁은 지역에서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현상’을 말하지만, 일반적으로 한 시간에 30㎜ 이상이나 하루에 80㎜ 이상의 비가 내릴 때, 또는 연강수량의 10%에 상당한 비가 하루에 내리는 경우를 가리킨다.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 6대 도시의 평균기온이 약 1.8℃가량 오르면서 대기 중의 수증기 양이 증가해 특정지역에 많은 양의 수증기가 유입될 때 대규모 집중호우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내일(26일)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저기압이 동쪽으로 빠져나가면 장마전선 역시 다시 제주도 남쪽해상으로 물러나겠다. 이후 돌아오는 일요일(28일)에 서쪽에서 또 다른 저기압이 접근하며 다시 장마전선을 북상시키겠다. 일요일에 시작된 장맛비는 7월1일까지 전국으로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 좀 더 날카로워진 장맛비에 큰 피해가 없도록 올 여름 장마철 대비를 잘 해야겠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