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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정신과 관점에서 본 여성의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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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25  21: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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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영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살인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폭력성의 극단적인 표현이다. 한 인간의 인생을 종결시키는 파국적인 결말 때문에 모든 문화권에서 금기시된다.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추리소설을 즐겨보았고,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 심리가 궁금했다. 정신과 의사가 된 필자에게 우연한 기회에 살인에 대해 연구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과정에서 알게된 흥미로운 사실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 다룰 살인은 여성에 의해 일어난 살인이다. 여성에 의한 살인은 남성에 의해 그 수가 적다. 그 이유는 첫째 여성살인 가해자의 과거 범죄력이 상대적으로 적다. 둘째는 여성 살인 가해자의 피해자들이 가해자와 아는 경우가 많은데다 36% 정도는 아주 친근한 사람(자식, 남편, 배우자)인데, 이는 남성 살인 가해자의 피해자 중 단지 16%만이 가해자와 친근한 사람이었던 것과 대조된다.

정신 심리적 관점에서는 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MMPI)를 이용한 연구가 있다. 연구는 남성 살인 가해자와 정상대조군의 비교연구에서 반사회성), 편집증, 경조증 척도의 특징적인 상승을 보고했다. 반면 필자가 참여한 여성 살인 가해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는 그와 달리 우울 척도의 상승이 관찰됐다. 결과적으로 남성은 반사회적이고, 의심이 많고, 충동적인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는 반면 여성은 우울한 사람이 살인을 저지른다는 말이다.

여성 가해자의 살인은 피해자에 따라 어머니가 자식을 살해한 것, 아내 또는 여자 친구가 남편 또는 애인을 살해한 것, 딸이 부모를 살해한 것, 모르는 사람을 살해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자식을 살해하는 여성은 이타적 살해, 급성 정신증으로 인한 살해, 원하지 않았던 자녀 살해, 자녀 학대 살해, 배우자에 대한 복수로 인한 살해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런 여성은 극도의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감정적 자원이 부족한 것이 특징이다. 자신의 배우자를 살해하는 것은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성 역할을 반영한다는 설명이 있다. 즉, 한국 사회가 아직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반대로 해방 가설(liberation hypothesis)은 사회에서의 여성의 역할과 기회가 확장됨에 따라 여성과 남성의 살인 패턴이 유사해진다고 주장한다.

정신분석 이론가들은 우울이 내부로 향한 분노에 의해 초래되며 이러한 분노가 내부를 향하면 자해 혹은 자살 특성이 나타나고 외부를 향하면 타인에 대한 공격성, 즉 타해 혹은 타살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울한 사람이 우울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같은 자극에 더 큰 수준의 분노를 경험하고, 같은 수준의 분노를 억압하는 데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노를 경험하면서 억압하는 사람들이 더 높은 우울 수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언급한 여성 살인의 특성은 적은 수를 대상으로 하였고, 살인의 사회 문화적 특수성을 포함하지 못했기 때문에 섣부르게 일반화할 수 없다. 특히 우울증 환자가 살인을 저지를 확률이 높다고 해석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여성의 우울을 더 빨리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개인의 행복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오세영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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