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지키는 것은 기본 중 기본
코로나 이후 안전 욕구 더 늘어
선진안전관리시스템 구축 계기로

▲ 박현철 울산대 교수·산업안전(SHEQ) 전공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이 -7.6%(OECD 기준, 2차 확산시)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불황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한국도 5월 수출이 전년대비 23.7% 감소했고,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업종의 매출과 생산이 크게 위축됐다. 특히 한국 수출의 약 50%를 차지하는 미국, 중국, EU 모두 마이너스 성장으로 앞으로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은 80억 세계인의 단기 충격을 넘어 정치, 경제, 사회, 고용, 교육 전반과 세대에 걸친 격변을 일으킬 것이다. 코로나가 불러온 가장 대표적인 변화라면 언택트 즉 ‘거리두기’다. 이 변화 속에 온라인거래(EC)는 상품정보 및 거래내용에 대한 신뢰성, 대금 결제의 안정성 및 정확성, 영업기밀의 보안성 등에 문제가 있어 최적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

최근 코로나로 인한 중국 차량 소비자의 인식변화를 조사해본 결과 안전에 대한 개념이 크게 확장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기존에 안전의 범위가 인명사고에 머물렀다면 코로나로 인해 보건, 환경, 품질까지도 안전의 구성요소로 보는 것이었다. 이것이 차량의 구매기준까지 영향을 미쳐 안전성에 대한 니즈가 더 올라가고 기존에 낮았던 실내 쾌적성이나 항균재질에 대한 니즈도 높아졌다. 물론 코로나 이슈로 인한 관심도 증가이지만 단발성 관심보다는 새로운 니즈를 깨닫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세계 산업이 팬데믹으로 멈추자 지구의 대기, 해수, 담수가 깨끗해져 지속가능성 대응이 지구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아젠다로 재부상하고 있다. 또한 의료품, 생필품 등을 비롯해 마스크, 장갑 같은 안전보호구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대재해는 위험 작업시 안전관리시스템·안전장치·안전수칙의 3중 안전벽이 동시에 뚫릴 때 발생한다. 최근 불황, 거리두기 등으로 위험요인에 노출되는 빈도는 낮아졌는데도, 저가수주, 공기단축, 위험외주, 안전교육 및 의식 부족, 안전경시문화 등의 고질적 경제논리가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을 유발해 사망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사망사고가 나면 예외 없이 사업장의 가동·작업이 2주간 이상 중지되고 명령진단 등을 받게 돼 기업 존립에 큰 영향을 준다.

코로나 이후 안전은 어디로 가는가. 우리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사고·재난이 증가하면서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욕구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제까지 기업은 최대생산, 일류품질을 위해 밤낮으로 전력을 다해 왔지만, 앞으로는 안전도 세계 제일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업은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율 안전경영을 다음과 같이 추진해야 한다. 첫째 사업주는 선진기업과 같이 안전이 기업의 핵심가치임을 깨달아 안전방침, 안전모델로 리더십을 발휘한다. 둘째 국내법규뿐만 아니라, 국제기준 등 기업운영관련 안전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실천한다. 셋째 고객의 안전 니즈를 파악해 생산제품에 반영한다. 넷째 내부 인원, 설비, 제품, 환경 등에 대해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다측면의 위험성을 평가한다. 다섯째 위의 부적합, 개선 필요사항을 적합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안전경영시스템을 혁신하고, 모든 인원이 현장 안전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선진안전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코로나 이후 어떻게 경영해야 할지 즉시 기획하고 적용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아 안정을 얻어야 경제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다.

생명보다 더 고귀한 것은 없고 안전은 절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정부의 앞장선 안전정책 및 지원과 함께 산학연관언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 사업주는 위험에 직접 노출되는 근로자들을 반복 교육시켜 안전행동을 체질화시켜야 하며, 체질화되지 않은 경우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근로자는 작업장이 안전하지 않으면 작업을 거부하되, 안전수칙을 제대로 알고 준수하는 것이 내 생명을 지키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어떤 경우에도 사람의 안전이 최우선돼야 한다. 내 안전은 내가 지키고 동료의 안전도 내가 지켜주자.

박현철 울산대 교수·산업안전(SHEQ)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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