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배상 입장차 여전
양국기업 기금조성안도 거부
WTO 제소·지소미아 폐기 남아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핵심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한 지 1년이 됐지만, 수출규제도 한일갈등도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연내에 일본기업 자산에 대한 현금화가 이뤄지고 이에 일본이 또 다른 보복으로 응수할 것으로 예상돼 양국이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충돌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규제 문제 열쇠인 강제징용 입장차 여전

수출규제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그 발단인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한일 간 입장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통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이지만, 한국 정부는 청구권협정으로 피해자 개인이 일본기업에 배상을 청구할 권리마저 사라진 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지난해 6월 한일 양국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조성된 기금으로 피해자에 위자료를 지급하는 ‘1+1’안을 시작으로 기금 조성에 양국 기업은 물론 국민이 참여하는 이른바 ‘문희상 안’까지 여러 방안을 제시했지만, 일본은 모두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아직 일본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최대 수십만 명에 이를 수 있는 과거사 피해자에 대한 해법을 담지 않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한국이 더 나은 안을 내놓기를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빨라지는 현금화 시계…8월 전 해법 찾을 수 있나

문제는 한일관계가 더 악화하기 전에 대화로 문제를 풀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국 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위해 압류해놓은 일본기업 자산을 매각하는 현금화 명령이 오는 8월4일 0시부터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이 현금화 절차에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실제 자산 매각까지 수개월이 더 걸릴 수 있지만, 일본은 현금화가 실행될 경우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재차 시사하고 있다.

일본 신문들은 가능한 보복으로 일본 내 한국기업의 자산 압류나 한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인상 등을 거론하고 있다. 이에 한국도 일본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재개하고, 일본의 추가 보복에 대비해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등 다가오는 전운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일본과 대화를 조건으로 보류했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언제든지 다시 살릴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지소미아 폐기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고리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강력한 반대로 한국에도 부담스러운 카드이지만, 일본이 추가 보복에 나설 경우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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