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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윤범상의 世事雜談
[윤범상의 世事雜談(36)]조물주(造物主)위에 건물주(建物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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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25  21: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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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피아니스트도 발레리나도
타인의 눈에 비치는 겉모습 너머
평생의 업으로 삼은 사람들에겐
힘겹고 세상 제일 벅찬 일일 듯

배우자감 직업 선호도를 보면
시대상 대변하는 인기직업 짐작
은행원, 엔지니어, 사업가 등 거쳐
지난 세기말엔 ‘사’자 남편감 인기
요즘엔 연예인, 건물주 등이 부각
   
쉽사리 돈·행복 주는 직업은 없고
자기직업이 제일 힘들다는 말 말고
이 세상에 정답은 없어 보인다

 
 
▲ 윤범상 울산대 명예교수·음악이론가

피아노에 입문한 지도 10년이 지났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실력이 늘 그 자리다. 피아노 잘 치는 사람이 부럽기 짝이 없다. 그리하여 레슨선생님에게 물어보았다. ‘선생님은 얼마나 좋으세요? 어떻게 연습하면 그리 잘 칠 수 있나요?’ 그녀의 대답은 이러했다. ‘저는 어려서부터 쳤고요, 중고등학교 때는 매일 거의 10시간씩은 쳤을 걸요. 잘 안 되는 악보 두 세 마디에만 집중해서 며칠간 연습한 적도 많아요. 지금도 공연 앞두곤 긴장해서 잠이 잘 안 오구요. 게다가 전공교수나 세계적인 연주자를 제외하면 경제생활에도 지장이 많아요. 선생님 피아니스트 안 되신 거 정말 잘 하신 거예요. 전 오히려 선생님이 부러워요’란다. ‘교수가?’

남들은 교수라는 직업이 월급도 적지 않고, 일 년에 두 차례 방학 있지, 간섭받지 않지, 존경받지, 옷값 술값 크게 안 들지, 연금 나오지…. 최고의 직업이라고 말들 한다. 맞다. 좋은 직업이다. 무엇보다도 연구실에서 홀로 지내는 것에 익숙하니 정년 후에 만남이 줄어 골방에 틀어박혀 지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장점도 있다. 학생들 가르치는 일만 한다면야 확실히 그러하다. 그러나 교수의 또 다른 책무인 연구, 바로 이것이 사람을 힘들게 한다. 봄가을 학회시즌이 다가오면 밥맛이 안 난다. 무언가 새롭게 연구한 내용을 발표하지 않으면 공부 안하는 교수로 낙인 찍히지, 연구비 안 들어오지, 대학원생 안 오지, 승진과 재임용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따라서 교수들은 평생 머리가 무겁고 속이 탄다. 아마 초중등학교 교사들도 매일반일 것이다. 연구부담은 적을지언정, 학생생활지도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자·연구자는 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되도 힘들기는 피아니스트와 매일반이다. 오죽했으면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고 할까.

그렇다면 의사? 변호사? 죽어라 밤샘공부 해서 겨우 자격 따면 30대 중반이다. 새로운 병(病), 새로운 법은 계속 생기지, 의뢰인과 환자는 점점 전문가가 되어가지, 잠시도 공부를 놓을 수가 없다. 매일 아픈 사람, 괴로운 사람, 죽어가는 사람 만나야하고, 치과의사는 종일 입 냄새 맡아야 한다. 손 떨리면 수술도 못한다. 결과가 안 좋으면 욕도 바가지로 먹고 책임을 추궁당하기도 한다. 게다가 요즘은 병원운영도 만만치 않고 변호사 수입도 쥐꼬리란다. 아, 이것도 아니다.

과연 어떤 직업이 돈도 잘 벌고 행복할까? 늘 미소를 띠며 즐거운 듯 사뿐사뿐 걷는 발레리나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무대에서의 모습처럼 매력있는 직업임에 틀림없으리라. 몸동작과 표정으로만 모든 것을 표현해야하니 어려움은 있겠지만 마음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이물질을 토해내는 환희는 있으리라. 그런데 그녀는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보셨어요? 다리를 올린 채 공중에서 오래 머물고 사뿐히 착지하고, 단 한순간도 밸런스를 잃으면 안 되고, 참기 어려운 동작을 흐트러짐 없이 유지할 때 느끼는 고통은 거의 죽음이에요.” 그리고 덧붙인다. “어떠한 분야의 사람들도 느끼는 감정을 얼굴에 표현할 수 있어요. 가수가 슬픈 노래를 부를 땐 슬픈 얼굴을, 역도선수가 역기를 들어 올릴 때는 이 악문 표정을 지을 수 있어요. 그러나 발레리나는 고통스러운 장면에서도 웃어야 돼요. 게다가 윤택한 생활에 대한 기대는 일찌감치 접어야 되구요.” 아, 아니구나.

그리하여 조물주 위에 건물주인 친구를 만났다. 건물주가 평생의 꿈이라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아무 일 안하고 그저 매달 들어오는 임대료만 챙기면 될 것 같아서이다. 과연 그럴까? “야 말도마라. 은행융자 받아 가지고 건물 샀는데, 경기 나쁘다고 입주자들 방 빼서 빈방 천지지, 남아있는 사람들도 임대료 깎아달라고 아우성이지, 세금·관리인 인건비는 자꾸 올라가지, 요샌 은행이자 내기도 뻐근하다. 게다가 냉난방, 수도, 변기는 왜 그리 고장이 많이 나고, 윗집 소음에 불평이 많은지. 건물 감가상각 대비? 그런 건 꿈도 못 꾼다. 월급쟁이가 최고다.” 월급쟁이가?

혼란하다. 혼기를 앞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배우자의 직업을 살펴보면 좀 정리가 될 듯 싶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한국전쟁 후엔 은행원, 산업화시대엔 엔지니어, 그리고 사업가, 그 후엔 재미교포, 지난 세기말엔 수사사사(授 師 士 事), 최근엔 연예인, 프로 스포츠 선수, 건물주, 공무원과 공기업 회사원 등으로 변했다. 수입이 많든지, 안정적이든지로 갈린다. 그러나 아무리 뒤져봐도 쉽사리 돈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직업은 이 세상에 없고, 자기 직업이 제일 힘들다는 것 말고 정답은 없어 보인다.

윤범상 울산대 명예교수·음악이론가

경상일보, KS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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