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들과의 투쟁 속에서도 생존해온
한국인의 저력은 자긍심 갖기에 충분
남북, 북미관계도 한국의 저력 보이길

▲ 전상귀 법무법인현재 대표 변호사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 헌법을 시작하는 글귀이다. 주변과의 투쟁 속에서 생존해 왔던 과거의 일 때문인지 선뜻 동의 못하는 분도 있다. 남북, 북미관계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유행병 극복의 국제적인 평가는 괄목할 만하다. 헌법전문(前文)의 대한국민의 저력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필자 생각에 5000년을 돌아보면 한국민은 크게 봐서 4번의 굴욕이 있었고 5번의 회복이 있었다. 꼽아 본 4번의 굴욕은 한(漢)나라의 위만조선 침공, 몽고의 고려 침공, 병자호란과 일본의 국권침탈이다. 사기 조선열전에 의하면 위만조선과 이해가 달랐던 한나라가 최초의 굴욕을 주었다. 기록상 그렇다.

기원전의 조-한 전쟁에 대하여 사기에 적힌 것을 옮겨 본다(사기를 옮기는 이유는 학교에서 조선열전을 가르치지 않고 역사에 관심도 줄어 이런 것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한나라는 수로로 양복이, 육로로 순체가 5만 군사를 거느리고 침공했다. 전쟁은 한나라가 신통치 않았던 모양이다. 누선장군(양복)의 수군은 패퇴하였고(樓船軍敗散走), 순체의 육군도 그리 잘 싸우지 못했던 모양이다(兩長軍未有利). 중앙에서 위산(衛山)이 파견되고 공손수(公孫遂)가 추가로 참여하지만 성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문제는 조선내부의 반역자였는데 로인(路人), 한음(韓陰), 삼(參), 왕협등이 항복을 해버렸다. 사기는 참전한 한의 장수들인 다(多 : 卒正), 순체, 위산, 공손수 등은 처형되었고(誅), 양복은 겨우 목숨만 유지 하였다고 적고 있다(當誅 贖爲庶人). 과연 5만 한나라군이 승리한 전쟁인지 의문이 든다. 반역자인 삼은 획청후, 한음은 적저후, 왕협은 평주후, 장항(長降)은 기후, 최(最)는 죽은 아버지 노인(路人)의 덕택으로 온양후가 된다. 매국노가 후작이 되는 것은 그 때나 이후나 매한가지인 듯. 당나라의 사마정(司馬貞)이 쓴 사기색은(史記索隱)에 의하면 획청후는 제(齊), 적저후는 발해(渤海), 평주후는 양부(梁父), 기후는 하동(河東), 온양후는 제. 그곳들은 대체로 황하하류 지역이다. 고증이 필요하지만 사기는 2000년 전, 사기색은 1200년 전에 있었던 외국의 책이니 후작들이 받은 지역에 대하여는 음미할 가치가 있다. 조선과 무관한 곳에 후작들에게 근거로 내 줄 리가 없으니. 나머지는 역사가들이 연구할 일이다. 하여간 위만조선이 굴욕을 당하였지만 당시에도 부흥운동이 있었고 이후 고구려를 필두로 역사의 무대를 다시 회복한다.

두 번째는 1259년 고려의 태자 전( 倎: 나중의 원종)이 몽고에 항복하였다. 삼별초로 대변되는 저항운동이 있었다. 신기한 것은 몽고가 정복한 땅은 전부 원(元)나라 강역이 되었는데 고려는 왕조를 유지하였다. 어찌되었건 몽고는 망했어도 한국인은 살아남았다.

세 번째는 1636년에 삼전도에서 항복하였다. 찢어진 항복문서를 이어 붙였던 최명길과 항복을 반대하던 김상헌이 청나라와 대적한 죄로 심양에 함께 투옥됐다. 청(淸)의 지배하에 있던 나라들은 모두 간판을 청으로 바꿨다. 그러나 신기하게 조선은 독립국으로 살아남았다.

마지막으로 1910년에는 일본에 의해 경술국치를 당하였다. 알다시피 많은 독립운동이 있었다. 한나라 때나 일본 때나 왜 매국노가 없었겠는가?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매국이니 독립이니 그런 다툼이 아니라 5000년 동안 세계최강 한(漢), 원(元), 청(淸), 일(日)에 굴욕당하고도 역사와 전통을 유지하는 국민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고 싶다. 유럽, 구대륙, 신대륙이나 아프리카 어디를 보아도 5000년 동안 세계 최강국에 4번 굴욕을 당하고 살아남은 국민이 있는가? 비교되는 것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2000년간 고생하여 나라를 재건한 정도.

필자는 이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물론 세계 최강대국은 아니다. 또, 분단의 아픔이 아직도 숙제로 남아 있다. 그래도, 최강국 속에서 버티는 한국민 자체가 세계문화유산 아닌가. 헌법의 어버이들 말처럼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난다. 자랑스럽다. 대한국민. 전상귀 법무법인현재 대표 변호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